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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시동을 걸어주는 글(오직 쓰기 위하여)

쫌~ 2025. 6. 4. 15:56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 저자의 작품 집필에 대한 열망이 독자도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게 만든다. 강한 어조의 글들이지만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오히려 따스한 조언으로 다가오는 글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p.7
 나는 책을 낼 때 필명을 쓴다. 가족과 친지에게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내가 쓴 책을 읽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 나는 절대적인 자유를 유지하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이 세상이 말하는 이치에는 어긋난 작품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글을 보호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가 천쉐가 아닌 척하는 것이었다.  p.17
 2002년 타이베이로 옮겨온 나는 나에게 3-5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장편 세 권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결심이 서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필에 들어갔다. 장편 세 권을 완성해 책을 내는 것이 나 자신에게 부여한 첫 번째 목표였다. 예전 일로 돌아갈지 말지는 일단 이 단계를 견뎌내고 나서 고민할 생각이었다.  p.18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둘 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가장 낮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장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거다. 그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좀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미래를 걱정하느라, 남과 비교하느라 기운 빼지 않아도 된다. 나에겐 나만의 목표가 있고, 나만의 기준과 시간 감각이 있고, 나만의 가치관이 있으니까. 내 마음을 보살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킨다. 검소한 생활이 고생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내 하루하루가 매우 충실하고, 이렇게 분투하는 몇 년 동안 날마다 목표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p.21
 1999년부터 '악마의 딸'을 쓰기 시작했다. 날마다 장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자기 전 두 시간 동안 글을 섰고, 매일매일 끊임없이 썼다. 그때 그 시간은 나에게 몹시 소중했다. 나는 쓸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써나갔다. 8개월이 지나자 나도 10만 자의 장편소설을 써냈다. 그때 나는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매일 몇백 자씩 써나가면 한 달에 1만 자 넘게 쓸 수 있다. 이 발견에 나는 분발하게 됐고, 일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다는 과거의 불안은 출구를 찾았다.  p.24
 내가 글쓰기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식은, 그 글을 쓰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쓰기 시작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쓰면서 다시 생각한다.  p.26
 반복해서 훈련하자. 내 스타일이 될 때까지, 내 모든 능력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무한히 자유로워질 때까지, 내가 쓰려는 것의 영혼을 찾아내 작품 속에서 탄생시킬 때까지.  p.30
 잘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계속 쓰는 것이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 다가갈 수 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꾸무럭거리거나 펜을 놓지 말자. 오로지 글로 써낸 원고만이 나의 것이다. 끊임없이 써나가야만 글쓰기가 우리 삶의 핵심이 된다. 계속해서 쓸 능력이 있어야만 글쓰기가 우리의 전문이 된다. 쉬지 않고 써야만 우리는 비로소 결승점에 이를 수 있다.  p.35
 그렇게 나는 시간을 훔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습관이 들고 나니까 쓰지 않으면 불편해졌다. 나중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저녁 시장에서 노점을 벌일 때도 노트를 들고 한쪽에서 쓸 수 있게 됐다. '습관'은 어떤 선언으로 변했다.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p.38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모두 생활 속에 안배해 습관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설 쓰기다. 소설을 다 쓰면 돈 버는 원고를 쓴다. 원고를 다 쓰면 책을 읽는다. 이 모든 일을 마치면 산책도 하고 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남은 시간은 모두 내 것이다.  p.40
 글쓰기는 그저 글자를 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다가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하루 중에서 한 주 중에서 또는 한 달 중에서 글쓰기에 내줄 시간을 찾아내자. 그리고 조용히 앉아서 원고지나 컴퓨터를 마주하고, 상상이나 기억 또는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에 시동을 거는 습관을 만들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쓰기와 함께하는 친밀한 시간을 갖자. p.41
 엄마가 나직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물었다. 널 챙겨줄 사람은 있니. 너무 따뜻한 느낌에 갑자기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있다고, 챙겨주는 사람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p.57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막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그런 부분을 억지로 칭찬할 필요는 없고 객관적인 의견을 줄 순 있지만, 일부러 막지는 말자. 무엇이 헛수고인지, 어떤 삶이 헛되지 않은지 누가 무슨 수로 판단하고 책임진단 말인가? 어떤 사람은 늦게 깨치는 대기만성형일 수도 있다.  p.116

 손을 움직여서 써라. 너에게 중요한 것을 너의 가장 좋은 시공간에 하라.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너를 정의하라. 저자의 작품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목록에 올려두었다.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