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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시동을 걸어주는 글(오직 쓰기 위하여)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 저자의 작품 집필에 대한 열망이 독자도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게 만든다. 강한 어조의 글들이지만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오히려 따스한 조언으로 다가오는 글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p.7 나는 책을 낼 때 필명을 쓴다. 가족과 친지에게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내가 쓴 책을 읽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 나는 절대적인 자유를 유지하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이 세상이 말하는 이치에는 어긋난 작품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글을 보호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가 천쉐가 아닌 척하는 것이었다. p.17 2002년 타이베이로 옮겨온 나는 나에게 3-5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장편 세 권을 쓰고 싶..

카테고리 없음 2025.06.04

2025.5. 아날로그(그리다가,뭉클)

꽤 오래전 매일 그림을 한 장씩 그리던 해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기록을 하기도 했다.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열망은 여전히 남아 책을 읽으면 그날의 마음을 기록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간단히 그린다. 대충 그려도 나무가 되는 걸 경험한 다음부터는 이렇게 그린다. 이러나저러나 입맛대로 그리면 그게 곧 그림이라고 알려준 인상파 선생님들이 내 든든한 뒷배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p.139 그러니까 몇 가지 정도는 그냥 외워 둔다. 이건 그림을 좀 빨리 그리게 해 줄 치트키인데 마치 구구단을 외워 쓰는 것 같은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처음 듣는 말이라면 속는 셈 치고 민간요법처럼 그냥 한번 해 보기를. 살다가 만난 문제가 경험으로 풀릴 때가 있다.... 결국 오늘 ..

들려주고픈 2025.05.29

2025.5. 배경의 중요성 (1차원이 되고 싶어)

성인이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이제 제법(?) 스스로를 돌보게 된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기가 누구인지도 자기가 속한 곳이 어떤 곳인지도 혼란스러운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10대 시절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1인칭 시점의 이야기 진행과 간결한 표현은 주인공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 대구 수성구의 남자 고등학생. 공간적 배경을 기가 막히게 설정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생각, 행동에 대한 충분한 근거이다. 처음에는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으로 대구라는 공간적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으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대한 공감으로 가볍게 읽어나갔다. 그들의 고민의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았다. 성장소설이라 생각했기에... 그러다 어느 순간 서늘해졌다. 그 시절..

들려주고픈 2025.05.27

2025. 5. 가벼운 마음으로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저자와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고 검색하다가 골라서 대출했는데,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저자가 읽은 책과 그에 대한 짧은 단상(정말 짧은 기록.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다가 이 글들이 깃털 같은 마음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읽고 싶은 책 목록도 덤으로...)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자의 기록들은 책에 대한 소개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듯해서 궁금증이 더해졌다. 짧은 기록들은 독후 기록이 잔뜩 밀려있던 나에게 가볍게 시작할 힘을 주었다. 영업당한 책 목록-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좋아하는 작가의 책-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자신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페..

들려주고픈 2025.05.12

지어낸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엇이든 속상한 이야기)

이 책은 1부 비밀 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으로 이루어진 3부작 소설이다. 각각 다른 책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다르지만 모두 서늘하고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다. 1부는 전쟁 상황 속에서 부모와 떨어져 난생 처음 만난 외할머니(따스하고 안전한 보호자는 아님.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 정도) 집에서 살게 된 쌍둥이 형제(클라우스와 루카스)의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너무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단 둘인 쌍둥이 형제들이 팔다리를 잘라내듯 인간성을 뜯어내며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내내 고통이었다. 2부에서는 전쟁이 일단락(?..

들려주고픈 2025.04.15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도서관 앞의 자목련이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다님의 관찰 일기가 떠올라서... 봄을 맞이하는 아니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3월의 책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2022년부터 매일 자연관찰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기록을 해보니 자연이 매일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봄은 생각보다 길었고, 여름은 매일 뜨겁지 않았다. 가을은 예상보다 일찍 징조를 보였고, 겨울은 늘 얼어있지 않았다. 특히 이 공원에서 제일 크던 자작나무도 밑동이 베어져 토막토막 잘려 있다. 대체 왜? 근린공원에 흰가루병이 도는 것 같던데 그래서인가? 아님 속이 썩어 있었나? 너무 커서? 뿌리가 위험해서? p.45 이 녀석도 살아 있는게 용하다 싶은 안쓰러운 형태다. 구상나무는 전체적으로 원뿔형으로 자라는데 위쪽을 싹뚝 잘랐다. 아마도 ..

들려주고픈 2025.03.26

모두(?)가 즐거운 축제

꼼짝하기 싫은 추운 계절의 끝자락이 다가오자 근질근질해진 몸과 마음에 발 맞추어 읽은 전국 축제 자랑. 각종 K-스러움을 엿보게 되는 축제의 현장. 이야기에만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꽤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제대로 영업 당한 강릉 단오제!  꼭 단오장에 가서 감자전과 단오주를 먹어야지!! 축제 기획자들은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위하여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소수였던 사람들이 있다. 역시 인간에게는 '시각화'의 쾌감 또는 꽤나 강력하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모든 축제를 움직이는 커다란 동력일 것이다.) p.16하지만 구림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이 모든게 무색할 만큼 아름다워서 깜짝 놀..

들려주고픈 2025.03.25

누구의 잘못인가(I의 비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끝나는 이야기. 제목과 표지의 분위기로 음산함을 기대했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가 매우 매력적인 책.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을 마지막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개성이 뚜렷한 3명의 소생과 직원(소파 탐정이라고 별명도 붙여줬는데...)들과 미노이시에 이주해 온 사람들. 그들이 함께 겪게 되는 일상적이지만 이례적인 사건들.  가장 먼저 이주해 온 두 가족. 화재로 인한 사건으로 두 가족 모두 떠났다.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되었지만 가장 먼저 이 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려던 청년이 무지(?)로 인해 오자마자 떠났다.  수도권 외의 지역 특히,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체감하는 문제인 의료체계 및 응급상황에 대한 시스템 미비로 또 떠나는 가정이 생겼다.    결속력을 ..

들려주고픈 2025.03.13

나름 SF였다니… 미우라 씨의 친구.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은 가볍지 않은 내용들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가. 주말엔 숲으로를 가장 좋아했다. 책 표지의 질감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보다 더 자주 손이 갔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멋진 추억이 깜짝 선물처럼 들어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감탄하게 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공감하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보내는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도 제법 순리(?)에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사람 쉽게 안변한다. 여전히 억지쟁이임을 인지하게 된 날.

들려주고픈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