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 59

도로아미타불

어제 지하철 환승을 잘못했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었는지...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고 3번이나 오르락내리락(아니 뭔 계단이 그렇게 많은 건지)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몸이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처음엔 조금 짜증이 났다. 뭐에 홀린 놈처럼 왜케 서너 역을 돌고 돌고 있는지... 드디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비가 갑자기 세차게 내리는데. 고무줄 끊기듯이 뭔가 딱 끊어지고 갑자기 엄청 서럽고 그립고 짜증 나고 엉엉 소리 내서 울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주저앉고 싶어질 것 같아 다시 잘 눌러두었다. 잘해나가고 있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잘 다독여 둔 것들이 다 허물어졌다. 트리거가 뭔지 알고 싶지도 않음.

일(어서)기 2022.08.01

아직 갈 길이 멀다.

도장 찍은 날보다 빈 칸이 훠얼씬 많이 남아서 싫다. 퇴근하고 걍 널브러지고 싶은데 꾸역꾸역 홈트하는 것 힘들어 싫다. 하지만 하루 하루 채워나가고 있다. 오늘은 약수터에도 다녀왔다. 심폐기능이 좀 좋아진 듯.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마스크 벗고 헉헉 거리며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마스크(94) 쓰고 내려오고 있었다는 것을 다 내려와서 알아차림. 별로 숨 차지도 않고 괜찮았다는 것이니... 심폐기능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봄. 지난 번(2번째 갔던 날)에는 평균 속도가 3.2였는데 이번엔 4.5.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무서움. 아무도 없는데 막 바스락 툭투둑 소리가 들리니 두리번거릴 용기도 안나더라. 운동해서 뭐가 좋을까 생각해보는데 생각 안하려고 몸 움직이는건데 또 무슨 생각을 한다고... 좋은점. 피부가..

일(어서)기 2022.06.22

아직입니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기억이 나지만 기억 나지 않는다. 애써 떠올리지도 않고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제 늙어서 기억력이 안좋은가보다... 좋은점도 있구나. 라고 그립지 않은데 그립다. 보고싶지만 보고싶지 않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기억이 난다. 아직입니다. 그 이름 세글자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고 대차게 욕할 수 있는 날이 아직은 오지 않았다.

일(어서)기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