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 59

동네 친구

약속없이도 아무때나 니집 내집 내도록 붙어있는 그런 관계는 없다. 어른의 관계는 약속을 정하고 사생활을 존중하고(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도록, 아는 것이 없을수록 좋겠지.) 시간을 함께 보낸 그 순간의 이야기만 나누고 묻지 않은 것은 말하지 말고 말하지 않는 것은 묻지 말고 그래야 오래 본다. 니 집은 니 집이고 내 집은 내 집이어야지 니 시간은 너만 아는 니꺼고 내 시간은 나만 아는 내꺼야지 오래 본다. 헛소리 다 지 필요하면 보는거고 필요없으면 안보는거지 동네 친구라는 말에 울컥했네. 친구는 무슨 ...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친다는데...

일(어서)기 2022.04.27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말에는 힘이 없다. 그게 너무 싫다. 마음을 다 담아도 힘이 없는 내 말에 담으니 내 마음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포장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곧잘 했었다. 신문지라도 금을 싼 신문지냐 똥을 싸고 있는 신문지냐라며... 그렇지만 금을 신문지가 아닌 금처럼 귀하고 예쁜 포장지에 싸서 주고 싶다. 내 말에 힘이 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네게 닿을 수 있게... 내 말에 힘이 없어서 다행이다. 내 마음이 네게 닿지 않아서... 다행이다. 더러운 내 마음을 네가 영원히 몰라 안심이다.

일(어서)기 2022.04.16

타인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 끝에 압력이 가해질때마다 느껴지는 가시 부스러기 같은... 단어. 남이 맞다. 타인이 제대로 된 적절한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무척이나 속상하네. 저 단어에 난 뭘 더덕더덕 붙여놓고 있는것이려나? (저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누가 사용해도 싫다. 내가 쓰는 욕 중에서 최고 심한 욕은... 남인데. 남이다. 타인이지... ) 투사적동일시... 내가? 무엇을? 나한테? 무엇을?

일(어서)기 2022.04.06

아무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별안간 닥친 일이라서 당황했던 것 뿐이라고 자꾸 생각하고 뭘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솔깃하면서도 싫었다. 싫은 것은 그냥 내 고집이라 생각했다. 별 의미도 없는 배경이었다고. 너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오히려 홀가분하지 않냐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개코다.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 어떤 존재(존재라는 표현 쓰기 싫어서 며칠을 고민했었는데 딱히 대체시킬 단어가 안떠올라 일단은 그냥 적어둠)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일(어서)기 2022.04.05

문제 파악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계속 아니 왜. 를 앵무새처럼 말한다. 널 궁금해하고 너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런 것이 내가 가진 문제 중 하나인 듯하다. 나는 나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되는데, 네가 더 궁금하니... 나만의 방법을 찾으란다. 그건 도망가는 것 아닌가? 아니지. 나와 연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것이니 지금 내가 이런 생각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서 아니 이런 말도 쓰지 말고, 다른 사람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다 맞는 말인데 참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왜? 싫다잖아. 오해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엄청 긴 시간이 힘들어서 화가 났고, 내 존재를 언저리에서라..

일(어서)기 2022.04.02

경솔함의 선물(?)

처음에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우리가 순식간에 타인이 아니지 타인보다 못한 사이가 되리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감정적이고 경솔한 나는 다시 찾아오면 된다는 생각에 내게 있는 물건들(실은 신경도 안썼을 것들인데 나만 신경쓰는 것들)을 전해주는 것으로 나 엄청 상처받았어라는 말을 대신했다. 내 상처 아니 나는 보이지도 않는 타이밍에 계속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들이밀며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나 하고 있었으니 그 날 마지막 통화 목소리의 짜증은 나에 대한 나름의 배려였다.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중요한 통화도 못했고, 시간은 흘러가서 신경은 쓰이는데 빨리 꺼지지는 않고. 나가서는 또 전화를 했으니... 끝이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경솔하게 죄다 전한 까닭에 남은 것은 이제 내 의지..

일(어서)기 202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