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ro 폰 사진 9

노오란 간판 사진관.

오후 여섯시. 해가 길어졌다. 창 밖은 오후 세 시쯤 된 것 같은데... 창 밖으로 보이는 디지털스튜디오의 노오란 간판. 나는 디지털 세대이다. 나의 첫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였다. 카메라가 손에 익을 무렵 아빠의 필름 카메라를 만져보았다. 가끔 필름 쇼핑을 하여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도 하지만 인화를 맡기고는 파일로 받기 일쑤다. 디카랑 뭔 차이래?? 그렇지만 필름을 넣고 감고 망설이며 셔터를 누르고 싶은 날은 한껏 허영을 부려본다. 그 허영은 늘 쉬이 사그러들어 필름 인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날이 유난히 좋던 주말. 서점에 들러 교고쿠의 새 책을 사들고 경희대 앞 투썸에 앉아서 창 밖을 보니 노오란 간판의 사진관이 보였다. 사진관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스튜디오보다 사진관이라고 ..

지금, 이 곳 2015.04.26

만장

하루에 한 장. 백일이면 백 장. 뭐 거창하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실은 백장이면 뭔가 조금은?? 은근한 기대가 있었나보다. 의지 박약으로 백 장도 못 채우면서 호기롭게 만 장쯤 그리면 좀 편하게 스슥슥 그릴 수 있겠지... 느긋하게 생각할래. 돌아온 대답은 하루 한 장. 만 장이면 만 일. 천 일이 삼 년이라면서... 만 일이면 삼십년?? 빵 터졌다. 내가 정말 내 나이를 버리고 싶은가봐. 삼십년 뒤에 스스슥 편하게 부담없이 자유롭게 손 끝이 움직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붓을 들 수 있는 힘이라도 있었으면 싶네. 유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군. 참. 2014년 가을. 청띠를 허리에 둘렀다.

지금, 이 곳 2014.09.04

한번 걸린 발동

내 차는 17만 킬로를 훌쩍 넘긴 이미 자기 몫을 다 끝낸 기특한 녀석이다. 언제 멈춘다 하더라도 잘 탔다 고생했다라 말할 수 있는. 지난 주말 차가 이상했다. 시동은 무난하게 걸렸는데 꼭 시동이 꺼질 듯 말 듯한 느낌을 주며 주행하는 동안 잠시 정차한 동안 끄억끄억 울어댔다. 시동을 껐다가 켜볼까 싶었지만 그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 그러지도 못했다. 다음 주 방학이 시작되면 정비소에 데려가보리라... 휴가 기간 동안 노후 된 내 차도 정비. (BMW는 그런 서비스가 있다하더라) 발.동.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쉬이 멈추지 않는다. 곧 꺼질 듯 ... 멈출 듯 하지만 ... 멈추지 않는다. 내 눈과 손도 그렇다. 멈추지 않는다. 지난 주 내내 여유가 없다고 ... 그렇게 좋아하는 도장에도 한 ..

지금, 이 곳 2014.07.21

만족과 불만족

몇 가지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참 마음이 들뜨고 즐거웠다. 원하는 시간에는 절대 배달을 못한다며 알아서 하라는 택배 아저씨의 태도와 송장 조회에서는 물건을 인수한 것으로 나오는 점이 기분을 확 상하게 하여 반품하겠다고 하였다. 택배는 수취거부로 반품 처리를 하였고, 물건이 아쉬운 나는 그냥 방문수령하였다. (짜증 백만개...수취 거부는 무슨...배달 거부지...쳇) 별 물건도 아니었지만 그냥 내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이고 내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놓아버리기 싫었다. 다시 물건을 찾고 담고 하기 싫었던것이다...게으름 택시비를 만원이나 써가며 이 더운 날씨에 골목을 오가며 한 손에는 도복을 들고, 한 손에는 박스를... 화가 날 타이밍인데 그닥...화가 나지는 않았다. 저..

지금, 이 곳 201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