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13

너의 시간. 오직 나만이 기억하는 그 시간.

여름의 귤, 푸릇한 초원의 소녀를 바라보는 교복입은 남학생을 그린 표지까지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려나? 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예측이 깨어짐은 또 다른 즐거움이니... 책의 주인공(?)인 선우 혁은 13년 터울의 형이 있었다.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된 혁은 그동안 막연하게 그리워하던 형을 찾아(?)나선다. 형이 가족의 곁을 떠났을 때, 혁이는 겨우 5살이었다. 형과의 추억은 엄마와 아빠가 들려주었던 이야기에서 구성된 것인지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를 아끼는 가족들은 형과 여전히 함께 살아가지만 상처가 될까 서로 조심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슬펐다. 상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지거나 옅어지지 않는가보다. 좀더 능숙하게 감추거나 견디는 요령이 ..

들려주고픈 2024.09.05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이다.

아무거나 그리고 어서옵쇼. 이야기 중독자 깨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름을 붙여준 작가의 센스. 학교에서 진행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위해 이런저런 어린이 책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들어온 문구.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창비라는 것에 한 번. 좋은 어린이책에 한 번. 공모 수상작에 한 번. ㅎㅎㅎ 타이틀에 약한 1인)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고학년 대상으로는 이야기의 호흡이 길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학급 문고에 넣어두었더니 책을 정말 싫어하는 애가 하루 종일 서랍에 넣어두고 시간일 날때마다 읽는 것을 보았다. 짧은 호흡의 장점과 산만하게 귀여운 삽화의 승리.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각 에피소드의 소재로 가져와서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이 포인트가..

들려주고픈 2024.04.10

전자책의 매력?!?! 2024년의 첫 책.

여행갈 때, 가방에 책을 주섬주섬 챙기는 것이 너무 무겁고 효율적이지 않다며(?) 이북 리더기를 샀던 것이 10여년 전이다. 이북 리더기를 샀던 해의 여행 가방에는 이북 리더기만 들어있어야 했지만 책 2권과 이북 리더기를 챙겼었다. 이제 어디에서도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는 책을 좋아해요. 2023년부터 참여한 독서모임의 젊은이들이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것을 보면서 젊음뽕에 취해서... 그럼 나도 독서 모임 책은 전자책으로 읽어볼까? 장점. 글자 크기와 줄간격을 내 안구 상태 맞춤으로 설정할 수 있다. 너무 편하고 좋다. 짐이 줄어들어 좋다. 북커버를 따로 씌우지 않아도 되니 좋다. 밑줄긋기(하이라이트) 편하다. 단점. 책보다 손이 잘 안간다. 책읽고 정리를 안하게 된다. 하이라이트가 자동 저..

들려주고픈 2024.01.13

창작과 비평.가을.2023

2023년 봄부터 가을까지 편협한 나의 읽기 환경에 다양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 이제 올해의 마지막 호. 겨울을 남겨두고 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글과 흥미로운 관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좋아하는 장르의 글은 술술 금세 읽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글들은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기도 했다. 그리고 어려운 글도 있었다. 한글인데... 읽을 수 있는데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라며 몇 번 읽게 되는 글. 그렇지만 늘 마지막까지 미루게 되는 것은 역시나 시. 설마 이게 창작과 비평만의 힘은 아니겠지만 얼마 전 시집을 자의로 구매했다. 요즘 집에 책을 늘리지 않으려고 책 구입은 엄청 신중하게 하고 있는데 두 번 고민도 하지 않고 구매 완. (김현 시인의 장송 행진곡) 그리고..

들려주고픈 2023.11.30

사면초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부터 해야 할까? 아니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제 겨우 그동안의 노력들이 형태를 들어내기 시작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이 생각은 더 수렁으로 이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야 답을 찾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뭘 할 수 있을까?) 가제본 서평단으로 출간(11.20 출간)전에 받아 든 책. 아주 오랜만에 읽는 이야기 책.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바로 그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국의 하원의원인 주인공. 뭔가 내 세계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일상에서 느끼는 위협, 공포, 두려움, 망설임, 설렘은 지금 내가 여기서 느끼는 상황과 다를..

들려주고픈 2023.11.23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주.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 시작하자마자 어머어마한 사건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기자들 오고 난리 법석...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계속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느낌이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딱 보여주지는 않고 어마어마한 사건이라 생각했던 첫 장면은 별것 아니었고... 그래서 책의 2/3 지점까지는 갑까-압한 마음이었다. 안갯속을 걷는 답답함. 나리가 수미에게 여안까지 운전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달라졌다. 자신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힘을 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친절하게 인물들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행간이 많은 글이다. 딴산 사람들은 서로를 유추하지 않았다. 그이가 결핵 환자였는지 천애 고아였는지 노숙 정신병..

들려주고픈 2023.10.23

디스토피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이곳은 경기도 오산.

천선란 작가의 추천이라는 한 문장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솔직히 요즘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면 먼 나라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읽고 싶지가 않다. 제목이 사람이 없는 땅이라 하고 표지 디자인도 그렇고 기후 난민이라는 표현도... 너무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다 싶은데 ... 읽어보면 알게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처참함을 서술하고 있지만 그 너머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 물론 미니 시리즈는 아직 택도 없다. 갈등 구조가 약하고 사건이 단조롭다. 하지만 1,2회짜리 단막극으로 구성하면 기후 난민이라는 너무 참신한 소재를 몰입력 있는 캐릭터들로 끌고 가기에는 매우 훌륭하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기후 재난으로 기존의 사회 질서가 무..

들려주고픈 2023.08.14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우리 집 고선생의 한 줄 참견.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가 아니라 글쓰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그리고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막막했던 이들을 위한 책. 다 읽었다고 책장에 꽂아둘 것이 아니라 손 뻗으면 닿는 책상 위에 올려두렴. 글쓰기와 관련 된 책들 중에는 가끔 글이 참 많아서 그 글을 읽는 부담에 잠깐 손에서 놓고 싶을때가 있는 책이 있다. 예상 독자 타켓이 분명한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는 나름 그림으로 접근하여 읽는 부담이 적다. 맞춤법에 자신감을 얻고 / 올바른 표현을 골라서 / 한 문장을 멋지게 써 보자 총 3부분으로 나누어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한다. 읽으면서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2부 2장의 더 좋은 생각을 ..

들려주고픈 2023.06.04

창작과 비평 199 (2023 봄)

클럽 창작과 비평에 참여하여 2023 봄호를 만나보았다. 199호.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면 늘 소설을 잡는다.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고서는 선호하는 장르를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데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소설 부분을 가장 먼저 읽고, 시를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199호. 글이 길지 않아서 4-5월 많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음의 부담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클럽 창작과 비평에서 안내해주는 2023 봄호 읽기 가이드. (최고) 각 꼭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읽으면 좋을법한 글도 소개되어 있다. (읽기 가이드에서 이 부분이 꽤 도움이 되었다.) 199호에서 가장 큰 성과(?)는 희곡. 희곡집을 주문했다. 두 번째 희곡집. 소설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9

나의 여행은?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는걸? 중간 중간 나오는 영화 이야기를 어찌나 맛깔나게 하는지... 홀린듯이 찾아본 영화만 3편이다. 나는 홀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홀로 여행을 제법 길게 다녀왔던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더랬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나는 홀로 여행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순간이 모험이라고...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은 2부 관계. 가족 여행을 이야기하며 개와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울컥. 나도 민수와 연수에게 계절의 냄새를 맡게해주고 싶다. 내가 느끼는 계절의 변화를 함께 느끼고 싶다. (지금처럼 눈이 오면 눈을 퍼와서 욕조에 채워주고, 낙엽과 꽃잎을 주워와서 욕조에 던져주는 것으로는 택도 없이 부..

들려주고픈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