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작가의 추천이라는 한 문장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솔직히 요즘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면 먼 나라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읽고 싶지가 않다. 제목이 사람이 없는 땅이라 하고 표지 디자인도 그렇고 기후 난민이라는 표현도... 너무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이야기가 펼쳐지겠다 싶은데 ... 읽어보면 알게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처참함을 서술하고 있지만 그 너머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 물론 미니 시리즈는 아직 택도 없다. 갈등 구조가 약하고 사건이 단조롭다. 하지만 1,2회짜리 단막극으로 구성하면 기후 난민이라는 너무 참신한 소재를 몰입력 있는 캐릭터들로 끌고 가기에는 매우 훌륭하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기후 재난으로 기존의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상식이 자리잡은 세상.
서울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서울이 아니다. 서울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된 공식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 생겨났다. 히든 미션을 가진 조사단원들. 과거 인연이 있던 이들이 함께하는 조사단 활동이 원만하겠는가. ㅋㅋㅋ 도착하자마자 사람이 죽는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이 제일 충격적. 사람을 죽였는데 그 죽음이 조금 허무하다.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되는 듯 했다가 ㅎㅎㅎ 이것만 봐도 작가가 이야기를 꽤나 극적으로 풀어간다.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전개시켜서 읽을 때 흡입력이 생긴다.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더라고..... 당시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한나의 나지막한 말이 강바람을 타고 멀리 흘러간다.
"할머니가 원하셨는지도 모르지. 여기 참 멋지잖아." p.98
나는 두 사람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혼자 생각에 잠긴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걸까? 1차 세계 재난이 일어났을 때도 사람들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당장 자신들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었을까, 아기를 위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민족, 국가, 인류를 위한 일이었을까? 혹은, 누구도 위한 일이 아니었을까. p.105
최악의 상황에서 등장 인물들의 선택은 희망을 향해있다. 나보다 우리를 위한 선택을 하며 그들의 그런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며 이 소설은 감히 디스토피아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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