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155

2025 첫 독서모임

천선란 작가님의 모우어. 이 책은 2024년 12월에 다 읽었는데 1월 독서모임이 끝나고도 안쓰다가 이제서야 꾸역꾸역... 이렇게 보면 뭔가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재미있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이야기 주머니는 흘러 넘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이야기를 마구 마구 던지시는데... 단편이라서 너무 아쉽다.  (솔직하게 소설집이라고 인지하지 못한채 읽기 시작해서 1편을 읽고, 2편에 들어갔는데 뭔가 세계관이 확 바뀌어서 당황했었다. 애써 끼워맞춰서 아... 과거의 이야기인가? 라며 독서 모임 참가자들에게 이상함을 호소했었다. 그럼 찾아봤어야 했는데 작가님의 장편 소설에 대한 갈증에 그냥 우기면서 봤다. 하지만 3번째 이야기에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들려주고픈 12:34:20

같지만 다른 느낌. 하얀. 흰.

2024년의 마지막 독서 모임의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으로 하자며 정했던 책. 여러 작품 중 흰 책을 골랐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읽으면서 감정 소모가 가장 덜하다는 이유. 울컥하는 부분이 있지만 내도록 울면서 읽지 않았기에. 영문판도 같이 읽자고 이야기했는데 영문판은 아직 다 못 읽었다. 짧아서 영문판도 도전해 보자고 제안했었는데 짧아서 더 어렵다. 1장 나. 2장 그녀. 3장 모든 흰. 으로 구성되어 있는 흰 책. 하얀과 흰(영어는 White. 이 뉘앙스가 전달이 될까?)은 같이 사용되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이 있다. 이 책은 흰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지금 살아있는 생명체는 그 생명체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이들(내가 알 수도 있..

들려주고픈 2024.12.21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근래에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중 한 명이 출간한 책.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 중 하나를 보여주는 책이다. 비혼 여성의 공동생활. 결혼이 디폴트가 아닌지는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안정된 거주의 형태를 가장 치열하고 지치는 시기에 갖기 위해서는 결혼을 빼고 생각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상속 재산이 꽤 되거나 나의 수입이 매우 넉넉하다면 간단하게 해결되겠지만… 꽤 오래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막연하던 나의 미래 거주 형태를 진지하게 구체화시켰었다. 직장에서 만난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노년 장면에 빠지지 않았고,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땅을 사..

들려주고픈 2024.12.15

우리들의 웃긴 시간을 기억하며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관계를 끊는다는 표현의 단어로 절연이 있는데 어느 순간 손절이라는 표현을 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손절은 주식 용어 아닌가?라는 생각에 검색을 했는데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지다는 뜻도 있었다. 각설하고... 환경의 변화로 관계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로 관계가 정리되는(하는)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강화길. 도서관 서가에서 작가의 이름 석 자만 보고 망설임 없이 빌려온 책. 함께 웃고 울고 떠들던 동경하던 친구를 떠나보내게 되는 경험. 책에서 자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둘 다 서로를 끊어냈던 것일 텐데 아마 누군가는 버려졌다고 느끼겠지. 어쩌면 둘 다 그렇게 느낄지도... 시간이 흐르면 대부..

들려주고픈 2024.12.09

내 앞날을 왜 니가 정합니까?

탈주. 오랜만에 본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탈주 시작. 목표는 정했고 시간과 공을 들여 준비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생기지만 도망치지 않고 달린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나의 준비를 믿고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원했던 마음으로 달려나간다. 동혁아. 엄마가 보고 싶으면 보러 가야지. 가자. 닭고기도 후라이 반 양념 반으로 먹자. 브로커가 사기꾼은 아니었더라. 규남이 형이 약속지켰다. 피아노 형의 마음이 살아있던 시절. 규남이는 피아노 형이 보여준 것을 잡았고, 피아노 형은 스스로 놓아버렸다. 장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피아노 형의 사격 솜씨. ㅋㅋㅋ 이 얼굴에 총응 쏠꺼야? 잘생기면 총알도 피해가는건가? ㅋㅋㅋ 그냥 사는거야. 그냥. 러시아 시절에 모든 ..

들려주고픈 2024.11.23

유령 이야기. 귀신이 아니다.

다 읽은 뒤 조예은 작가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전화해서 넌 무서워할 것 같으니 이 책은 패스하라고 말했다. 창이 없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차가운 공기가 고요있는 휑한 공간에서 축축한 무언가가 발목 주변에 있는 느낌으로 글을 읽었다. 뭐가 있는것처럼 느끼는 것인지 진짜로 뭔가 있는것인지 확인하려면 고개만 살짝 숙이면 된다. 그런데 직접 봤는데 뭔가가 있는 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다 공포스러워서 확인하지 않는 기분으로 글을 읽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읽기에 속도가 붙어갔지만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짐직하게 하는 문장들을 볼때마다 도망가서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싶어 계속 책을 덮었다. 보통 유령과 같은 다른 존재가 등장하면 긴장감..

들려주고픈 2024.11.15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시옷 입. 웅. 뭔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오는 녀석의 표정. 시위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읽을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짧은 분량이 마냥 아쉬웠던 이야기도 있었다. 상식의 선이 다른 이들(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사이코패스)의 짧은 이야기. 이 책을 읽을 때,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던 책이 '탕비실'이었는데 묘하게 매치가 잘 된 병렬 독서였다.  선희가 나에게서 분리되려 한다. 내 젊음과 노동력과 시간을 잡아먹어 홀로 빛나는 꽃이 뿌리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꽃은 뿌리 없이는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자유를 느낄지언정 곧 말라 죽어 버릴 텐데. 그건 나에게도 선희에게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p.46 있잖아, 언니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들려주고픈 2024.11.14

나도 쓰는 여자

이고 싶은 큰 바람이 있다. 제목에 홀려서 대출하려다가 표지에서 멈칫(개인취향이 아닐 뿐 전혀 이상한 표지는 아님)했는데 출판사를 보고 멈칫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 책은 여성의 삶과 작가의 삶에 대하여 현재를 살고 있는 일단 등단은 한 작가 은섬과 조선 시대를 살고 있는 중숙과 그녀의 딸인 작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초반에 글 못 쓰게 붙어 있는 귀신 퇴마라는 솔깃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퇴마의 과정을 보면 세상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ㅎㅎㅎㅎ  성별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 간혹 시대적 패러다임에 따라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만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금씩은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지만 살아 생전 혁신적인 변화를 보게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들려주고픈 2024.11.07

더 이상 상상이 아닌 세계

안전 가옥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상호대차를 신청했던 책. 초록 안의 세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지라 재미있을까라는 우려로 책장을 넘겼다. 서너페이지를 넘기자 바로 식물의 공격으로 초토화 된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루한 배경 설명에 초반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아서 좋았다. 급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 충격적인 사건들 중 납득 가능한 이해를 깔고 서서히 다가오는 것들이 얼마나 있었나? 최근 10여년간 일어난 원인도 수습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보다 십수년전 UFO 등장 사건이나 외계인 납치 사건등이 더 그럴 듯하게 느껴지니... 인류를 공격하는 식물의 등장은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납득 가능한 사건처럼 느껴진다. (물론 작가는 친절하게 어떤 연유로 이런 식물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뉴스 속보로 ..

들려주고픈 2024.11.05

하얼빈

안중근(1879 - 1910.3.26.).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독립 운동가.  1909년 10월 26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일이다. 끓는 마음을 안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없었던 안중근은 이토의 하얼빈 방문 소식을 듣고, 품어 왔던 뜻을 이루고자 한다. 하얼빈으로 가야 할 이유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던 우덕순과 함께 하얼빈으로 가서 거사를 치루고 재판을 거쳐 이 땅에서의 마지막 날까지를 다룬 소설. 천주교 신자였던 그의 선택에 대한 고뇌. 자신의 일로 처자가 조선의 땅이든 어디든 일본의 힘이 미치는 곳에서는 살아가기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 장자의 책무.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  상해에 돈을 가진 자들은 더러 있었으나 뜻을 가진 자는 없었다. 돈을 가진..

들려주고픈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