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끝나는 이야기. 제목과 표지의 분위기로 음산함을 기대했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가 매우 매력적인 책.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을 마지막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개성이 뚜렷한 3명의 소생과 직원(소파 탐정이라고 별명도 붙여줬는데...)들과 미노이시에 이주해 온 사람들. 그들이 함께 겪게 되는 일상적이지만 이례적인 사건들.
가장 먼저 이주해 온 두 가족. 화재로 인한 사건으로 두 가족 모두 떠났다.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되었지만 가장 먼저 이 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려던 청년이 무지(?)로 인해 오자마자 떠났다.
수도권 외의 지역 특히,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체감하는 문제인 의료체계 및 응급상황에 대한 시스템 미비로 또 떠나는 가정이 생겼다.
결속력을 다지고자 실시한 마을 축제에서... 마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법한 문화유산으로 인하여... 유령 마을이 된 미노이시는 다시 공동체의 공간이 될 수 있을것인가?
작은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데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무엇이 답일까? 정의일까? 아니 나는 어떤 입장에 더 공감하는가?

그러나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죽음이 '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p.9
이 문장으로 작가의 암시에 걸린 채, 책을 읽었다. 덕분에 마지막 반전에 더 큰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어딘지 억울하기는 하다.
목제 배를 보존하기 위해 썩은 목재를 교체한다. 노를 바꾸고, 돛대를 바꾸고, 배 밑바닥까지 뜯어내 바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윽고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을 때, 그것은 원래 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15
소임(생이라는 표현은 사용하고 싶지 않으니)을 다한(소임을 다했다는 것을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마는) 존재. 물건의 부품을 바꾸어도 동일한 물건일까? 다른 물건일까?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신체와 장기를 교체한다면? 정신으로만 정체성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육체에 다른 사람의 정신이 옮겨진다면 그는 누구인가? 새로운 제3의 인물일까? 대한민국의 제2도시라고 불리는 부산도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공간은 되살릴 수 있을까? 아니 되살려야 하는 것인가?
"시 세금만으로는 녹슨 수도관도 고치지 못하는 곳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부족한 세금을 누가 내는 줄 알아? 나야. 우리라고. 중앙이 벌고, 지방이 쓰고 있어. 난하카마시 같은 곳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경제적으로 불합리해. 알고 있잖아?"
"지방에 사는 것만으로 윤리적으로 죄라고?"
"뭐,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본심과 정반대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말투다.
"네 말도 알겠지만, 순서가 틀렸어.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야. 경제적 합리성이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는 거야. 경제적 합리성을 앞세운다면 노예제도도 아파르트헤이트도 합리적이겠지."
"형은 너무 감상적이야. 노예제도가 폐지되면 그와 비슷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뿐이야. 경제적 합리성에서는 도망칠 수 없어. 그렇다면 거기 따르는 편이 현명한 거야." p.294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시했던 인종 차별 정책이다.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우선순위의 기준이 된다면 사회적 구성원 중 가장 약한 부분부터 고통을 감내하게 되겠지... 그럴싸하게 혐오를 포장한채로...
일기 속에서 그는 최선의 길을, 적어도 제대로 살 수 있는 길을 택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요동치는 시류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언제나, 항상, 알 수 없는 법이다. p.343
"'떠나게 했다'라. 모든 이주자는 제 발로 떠났어. 아니면 자업자득의 결과, 도망쳤지. 자네가 가장 가까이서 봤으니 알 거 아닌가?"
"그렇게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자네가 말하는 건 엔쿠불에 관한 건가?"
문득 기온이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요. 다릅니다. ......아실 텐데요?"
미노이시를 떠난 모든 이주자를 위해 말한다.
"니시노 과장님, 과장님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후배를 본다.
"그리고 간잔, 너를." p.390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다양성.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 불편하고 힘들다. 껄끄롭고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다양성이 공동체를 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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