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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청소는 생각보다 소리가 많은 일이었다. 밀대를 짜는 물소리, 유리 닦는 스퀴지의 끼익 소리, 누군가 양동이를 질질 끄는 소리. 사람들은 청소를 조용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청소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언가를 긁고, 짜고, 닦고, 밀면서 살아간다. 나는 그 소리들 사이에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마흔여덟.십몇 년 동안 사무실에서 숫자를 들여다보다가 회사가 사라졌고, 나는 청소용 앞치마를 입었다. 처음 며칠은 걸레를 개는 것도 남들보다 반 박자 느렸다. 걸레도 사람을 타는지, 내가 잡으면 자꾸만 삐뚤게 접혔다."처음이지?"누군가 물었다.고개를 들자 김 여사님이었다.예순둘쯤 되어 보이는 얼굴. 사람 좋은 웃음. 누구에게나 말을 붙이고, 누구의 자식이 어디 취직했는지, 어느 집 강아지가 백내장..

공작소 2026.07.23

Just 찜찜한 이야기.(흉담)

IC 찜찜함이 묻었다. 작가의 말을 안 읽었어야 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오컬트는 개뿔. 무서운 이야기네. 그래도 뭐… 이랬는데. 작가의 말에 있던 저 한 문장. 내 실제 경험담이다.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굳이 읽겠다면 작가의 말까지가 책의 완성인 듯.어… 깨닫지 못했는데 보통 작가의 말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을 때만 열어보게 되는데 왜? 작가의 말까지 넘겨봤을까? 오.컬.트.네. 이게 오컬트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의 오컬트는 기이한 현상을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딱 한 가지만 남겨두고… 기이한 현상만 나열되면 공포로 끝나고, 이해 가능한 영역에서 설명이 길을 잃게 되면 미스테리로 끝나게 되는… 그저 나의 기준. 오컬트라고 한다면…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유독 ..

들려주고픈 2026.06.14

그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고독한 용의자)

“고독한 용의자”는 홍콩의 낡은 맨션 작은 방에서 은둔하던 인물이 죽고, 그 방 옷장 속에서 십여 개의 시체 조각들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출퇴근길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저 강렬한 이야기의 시작은 계속 들을지 말지 망설이게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극적인 소재는 더 참기가 어려워졌다는... 혹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딱 도입부만 지나가면 괜찮다. 거기서 포기했다면 후회했을 만큼 울림도 있고, 재미있다. 어설프지 않은 트릭과 설득력 있는 이유, 떡밥 회수와 마음의 울림까지... 단순 자살로 보이던 사건이 복잡한 추리극으로 바뀌게 되는데... "누가 범인일까?" 보다 “어떻게 한거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나오는 홍콩의 오래된 맨션, 낯익..

들려주고픈 2025.09.15

2025.6. 4번째 여름인가? (같이 산 지 십 년)

천쉐 작가의 글쓰기 관련 글을 읽고, 이런 사람이 쓴 작품이 너무 궁금해서 읽은 책. (작가님의 소설은 분명 대출 가능이라고 되어 있는데 매번 서가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에세이라서 잠깐 망설였지만) 같은 에세이인데... 글쓰기에 대한 글과 전혀 다른 결의 책.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글들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냐고 묻는다면 먹고 사는 이야기라고 답할 수 있을 듯. 정말 먹는 이야기이다. 동서고금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특별할 것 없는 먹고 사는 이야기. 하지만 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급해하지 말자. 천천히 자신을 잘 돌봐주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며 제일 편하고 가장 좋아하는 모습으로 본인을 가꾸어가자.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시..

들려주고픈 2025.06.17

2025.6. 시동을 걸어주는 글(오직 쓰기 위하여)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 저자의 작품 집필에 대한 열망이 독자도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게 만든다. 강한 어조의 글들이지만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오히려 따스한 조언으로 다가오는 글들.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p.7 나는 책을 낼 때 필명을 쓴다. 가족과 친지에게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내가 쓴 책을 읽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 나는 절대적인 자유를 유지하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이 세상이 말하는 이치에는 어긋난 작품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글을 보호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가 천쉐가 아닌 척하는 것이었다. p.17 2002년 타이베이로 옮겨온 나는 나에게 3-5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장편 세 권을 쓰고 싶..

카테고리 없음 2025.06.04

2025.5. 아날로그(그리다가,뭉클)

꽤 오래전 매일 그림을 한 장씩 그리던 해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기록을 하기도 했다.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열망은 여전히 남아 책을 읽으면 그날의 마음을 기록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간단히 그린다. 대충 그려도 나무가 되는 걸 경험한 다음부터는 이렇게 그린다. 이러나저러나 입맛대로 그리면 그게 곧 그림이라고 알려준 인상파 선생님들이 내 든든한 뒷배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p.139 그러니까 몇 가지 정도는 그냥 외워 둔다. 이건 그림을 좀 빨리 그리게 해 줄 치트키인데 마치 구구단을 외워 쓰는 것 같은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처음 듣는 말이라면 속는 셈 치고 민간요법처럼 그냥 한번 해 보기를. 살다가 만난 문제가 경험으로 풀릴 때가 있다.... 결국 오늘 ..

들려주고픈 2025.05.29

2025.5. 배경의 중요성 (1차원이 되고 싶어)

성인이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이제 제법(?) 스스로를 돌보게 된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기가 누구인지도 자기가 속한 곳이 어떤 곳인지도 혼란스러운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10대 시절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1인칭 시점의 이야기 진행과 간결한 표현은 주인공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 대구 수성구의 남자 고등학생. 공간적 배경을 기가 막히게 설정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생각, 행동에 대한 충분한 근거이다. 처음에는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으로 대구라는 공간적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으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대한 공감으로 가볍게 읽어나갔다. 그들의 고민의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았다. 성장소설이라 생각했기에... 그러다 어느 순간 서늘해졌다. 그 시절..

들려주고픈 2025.05.27

2025. 5. 가벼운 마음으로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저자와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고 검색하다가 골라서 대출했는데,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저자가 읽은 책과 그에 대한 짧은 단상(정말 짧은 기록.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다가 이 글들이 깃털 같은 마음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읽고 싶은 책 목록도 덤으로...)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자의 기록들은 책에 대한 소개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듯해서 궁금증이 더해졌다. 짧은 기록들은 독후 기록이 잔뜩 밀려있던 나에게 가볍게 시작할 힘을 주었다. 영업당한 책 목록-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좋아하는 작가의 책-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자신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페..

들려주고픈 2025.05.12

지어낸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엇이든 속상한 이야기)

이 책은 1부 비밀 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으로 이루어진 3부작 소설이다. 각각 다른 책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다르지만 모두 서늘하고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다. 1부는 전쟁 상황 속에서 부모와 떨어져 난생 처음 만난 외할머니(따스하고 안전한 보호자는 아님.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 정도) 집에서 살게 된 쌍둥이 형제(클라우스와 루카스)의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너무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단 둘인 쌍둥이 형제들이 팔다리를 잘라내듯 인간성을 뜯어내며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내내 고통이었다. 2부에서는 전쟁이 일단락(?..

들려주고픈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