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소

2026. 7.

쫌~ 2026. 7. 23. 10:33

청소는 생각보다 소리가 많은 일이었다. 밀대를 짜는 물소리, 유리 닦는 스퀴지의 끼익 소리, 누군가 양동이를 질질 끄는 소리. 사람들은 청소를 조용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청소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언가를 긁고, 짜고, 닦고, 밀면서 살아간다. 나는 그 소리들 사이에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마흔여덟.
십몇 년 동안 사무실에서 숫자를 들여다보다가 회사가 사라졌고, 나는 청소용 앞치마를 입었다. 처음 며칠은 걸레를 개는 것도 남들보다 반 박자 느렸다. 걸레도 사람을 타는지, 내가 잡으면 자꾸만 삐뚤게 접혔다.
"처음이지?"
누군가 물었다.
고개를 들자 김 여사님이었다.
예순둘쯤 되어 보이는 얼굴. 사람 좋은 웃음. 누구에게나 말을 붙이고, 누구의 자식이 어디 취직했는지, 어느 집 강아지가 백내장이 왔는지까지 다 알고 있는 사람.
"네."
"괜찮아. 하다 보면 다 늘어."
그날부터 김 여사님은 틈만 나면 내 쪽을 봤다. 내가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면 슬쩍 받아 들고, 점심시간에는 자기 반찬통을 밀어왔다.
"멸치볶음 먹어."
"괜찮습니다."
"괜찮긴. 사람이 밥 먹는데 멸치 하나가 무슨 큰일이야."
그러고는 감자도 주고, 방울토마토도 주고, 어느 날은 삶은 옥수수까지 꺼냈다.
나는 감사하면서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왜 저렇게 잘해주시지. 내가 특별히 야무진 것도 아니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은 이유를 모르는 친절 앞에서 괜히 계산기를 두드린다. 친절 플러스 간식 플러스 관심은 무엇으로 나누어야 하지.
어느 토요일 출근길이었다. 김 여사님이 빗자루를 세우며 물었다.
"토요일 오후에는 뭐 해?"
"네?"
"약속 있어?"
"아... 특별히는..."
"그럼 혹시..."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다음 말이 문제였다.
"교회..."
나는 그 단어만 듣고도 뒤를 다 들은 사람이 되었다. 아. 그랬구나. 멸치는 밑밥이었고. 옥수수는 예고편이었고. 방울토마토는 복선이었구나. 사람은 역시 공짜가 없다.
"저... 화장실 좀..."
나는 갑자기 세상에서 제일 급한 방광을 가진 사람이 되어 뛰어갔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김 여사님을 피해 다녔다. 복도 끝에서 보이면 계단으로 돌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칠 것 같으면 일부러 창고에 들어갔다. 괜히 미안하기도 했지만, 더 괜히 붙잡힐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를 거절하는 일을 잘 못한다. 그래서 애초에 만나지 않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다.
며칠 뒤. 화장실 칸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김 여사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구했어?"
다른 여사님이 물었다.
"아직."
"그 큰 데를 둘이 하려면 힘들겠네."
"그러니까."
잠깐 침묵.
그리고 김 여사님이 말했다.
"인근 큰 교회 화장실 청소 맡게 됐잖아. 같이 할 사람 찾는데 새로 온 그분이 야무져 보여서 한번 물어보려 했더니..."
내 이름이 나왔다.
그 순간 어금니가 찌르르 울렸다. 마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이가 반응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용한데 손은 빠르더라고."
통증은 한 번 더 지나갔다. 며칠 전 치과 의자에 앉았을 때처럼.
교회. 전도가 아니라. 청소. 같이 일할 사람. 그 교회의 화장실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멸치가 다시 멸치가 되었고, 옥수수는 다시 옥수수가 되었다. 괜히 복선으로 몰아갔던 방울토마토에게도 미안해졌다.
며칠 전, 금이 간 어금니. 크라운은 비급여라고 했다. 사십만 원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는 친절하지만 돈이 되는 말과, 친절하지만 돈이 안 되는 말이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생각해 보면 김 여사님은 한 번도 교회에 같이 가자고 말한 적이 없었다. '교회' 다음 문장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건 나였다. 사람은 듣는 것보다 짐작하는 데 더 재능이 있다. 특히 손해 보는 쪽으로.
다음 날 출근길에 집에서 찐 고구마 두 개를 비닐봉지에 넣었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김 여사님 것.
'여사님, 고구마 같이 드실래요?'
그 말 한마디를 속으로 여러 번 연습했다.

상반기 마지막 회의 중 끄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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