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부 비밀 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으로 이루어진 3부작 소설이다. 각각 다른 책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다르지만 모두 서늘하고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다.
1부는 전쟁 상황 속에서 부모와 떨어져 난생 처음 만난 외할머니(따스하고 안전한 보호자는 아님.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 정도) 집에서 살게 된 쌍둥이 형제(클라우스와 루카스)의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너무나 담담하게 보여준다. 단 둘인 쌍둥이 형제들이 팔다리를 잘라내듯 인간성을 뜯어내며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내내 고통이었다.
2부에서는 전쟁이 일단락(?)되지만 우리네들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클라우스는 국경 너머로 가버리고 루카스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1부의 문체도 너무 담담해서 아팠는데 2부는 모든 문장이 외로움과 고독을 말하고 있다. 읽는 내내 우주에 혼자만 남겨진 막막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살아있어서 또 내일을 맞이해야 하는데 이 시공간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팔다리를 스스로가 묶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무엇과도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채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루카스의 이야기.
여기서 첫 번째 의심을 했다. 클라우스랑 루카스가 정말 쌍둥이 형제였을까? 루카스와 클라우스는 한 명일까?
2부가 처절하게 외로움을 느끼게해서 3부로 바로 넘어가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첫 번째 의심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달렸는데... 클라우스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된 루카스와 클라우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 대. 혼. 란. 3부가 소설인지 1,2부가 소설인지. 클라우스와 루카스는 쌍둥이인지 동일 인물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가까지...
3부가 실제라고 생각하면 클라우스와 루카스는 동일 인물로 1,2부는 그가 지어낸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2부가 실제라고 생각하면 3부는 클라우스가 지어낸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그럴 듯하고 작가는 독자에게 의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3부에서 등장하는 루카스의 죽음은 더 혼란하게 만든다.
재미있지만 재미있지 않다. 그리고, 무엇이 진실이든 다 속상하다. 하지만 책이 꽤 두꺼운데 몰입감이 좋아서 두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음.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다. 사무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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