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155

장르가... 잔잔한 소름?

익숙한 일상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감각 기관이 유난스럽게 예민해지는 순간에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을 부여잡지 않으면… 이 책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댐 방류 이후에는 약간의 기괴함으로 이질감이 생긴다.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간 현실과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는 안심 장치가 된 결말.지방 출신인 이쓰미는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을 꾸렸다. 아이가 없는(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도 했지만 부부 둘만 살아가기로) 2인 가구. 어느 날 남편은 씻기를 거부한다. 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쓰미는 남편의 상황을 짐작하며(회사에서 무시당하는 직장내 괴롭힘이 아닐까) 그의 상태를 지켜봐주며 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쓰미는 그의 결정이 싫다. 나약한 그..

들려주고픈 2024.10.27

6/90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총 90페이지(이야기는 73페이지)의 가벼운 책.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한 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에 붙인 인덱스가 6개. 요즘은 인덱스 붙이기에 인색한데(다음 인덱스를 붙이면서 지난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떼어오기도 하는) 더 붙이고 싶었지만 참으며 소장 욕구를 불태웠다.  떡집에 들어가게 된 날과 떡집 아들. 저녁 산책을 나가게 된 이유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그와 그의 완벽한 강아지 약밥. 작위적이지만 너무나 갖고 싶다고 느낀 일상이었다. 모림의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듯한 생활 태도와 그렇지 못한 마음의 움직임까지 내 옆의 누군가 아니 내 이야기. 책을 다 읽은 뒤, 마치 모닥불 옆에서 유쾌하게 떠들고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며 따스하게 데워진 단단한 작은 조약돌..

들려주고픈 2024.10.25

여행

두 사람이 여행을 하며 건져낸 생각의 조각들을 적은 에세이. 글쓴이들은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의 채널에 올라오는 컨텐츠들을 꽤 오래전부터 보았기에 글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누구라도 자신의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책이라 소개하고 싶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늘 한결같았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과 떠나는 것.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었다. 이제까지 나의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함께 먹고 자고 화장실을 공유할 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친밀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솔직하게 목적지가 어디여도 상관없었다. 함께 있으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기니 그것으로 충분히 유쾌한 여행이었으니...  최근들어 나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다. 여..

들려주고픈 2024.10.24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직장인의 장점을 한껏 살린 작가님.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이상한 상황(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식선이 도저히 맞지 않는 사회 구성원과의 사건)을 악귀로 위트있게 이야기한다. 정말 악귀가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이웃집과의 소음 문제로 발을 넣게 된 무속(?)의 세계. 새로운 직장 생활도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남탓이 아니라는 꽤 묵직한 메세지도 담고 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아.. 표지가 꽤나 강렬하다.

들려주고픈 2024.10.23

제목이 기가 막히다. 도둑맞은 집중력

저자(요한 하리)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얼마 전부터는 책을 읽은 뒤 감상을 적으려다가 이 문장에 왜 밑줄이 있을까 하고 당황스러웠던 적이 꽤 있었다. 요즘 책을 읽는 내 상태. 늙어서 그런가?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책을 볼때는 안경을 벗는 것이 편하게 된 상황이 좀 서글퍼서 노화를 원망하는 중.좀 더 집중해서 읽겠다고 급조한 독서 공책(아침에 글쓰기 하는 공책인데 이번 책과 색상 조합이 좋아서...ㅎㅎ)에 메모를 하며 읽었다. 문학류가 아니어서 시도한 방법이다. 문학류에는 어떤 방법을 써야할지...   메모하면서 읽는 방법은 꽤 즐거웠다. 조금 불편했던 점은 책을 읽는 시공간을 따로 구분했어야 한다..

들려주고픈 2024.10.22

영원한 관계는 없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채운에게는 뭉치. 지우에게는 용식. 소리에게는 엄마. 채운에게 지우와 소리. 그리고, 엄마가 지우에게 소리와 채운. 그리고 선호 아저씨가 소리에게 지우와 채운. 그리고 아빠가 마지막 끈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끊어졌을 때, 아공간에 홀로 떠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 희미하게 보이던 다른 끈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 없기도 하고, 어느 순간 관계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리처럼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기를 지키기도 하고, 채운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회피하기도 한다. 지우처럼 자신을 던져 소중한 무엇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외롭고 막막하다. 나를 향한 또 다른 손들이 있음을 알기 전까지는...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한 문장..

들려주고픈 2024.09.26

파괴적인 이야기들

뭐라고 말해야할까? 도서관 서가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을 보고 고민도 없이 들고 나왔다. 시녀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각 작품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이게 뭐지? 를 반복하며 앞의 3작품을 읽었다. 짧은 분량으로는 작가가 다룬 이야기들의 소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다. 정확하게는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소화가 전혀 안되는데... 읽다가 다시 돌아가서 읽어도 무슨 상황인지... 물론 이야기들은 기발하다. 읽는 내내 불쾌한 기분의 이야기들이다. 허세로 둘러싸인 속 빈 강정같은 남자들이 등장하고 죽음도 어리석음을 막지 못하고...   9편의 이야기(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 루수스..

들려주고픈 2024.09.24

독서의 기록

봄의 끝자락에 시작했던 독서 마라톤. 지역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일정 기간동안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는 행사이다. 이제 곧 끝나게 되는데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신 분들 일이 꽤 많아졌겠지만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의 반 타의 반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피드백을 해주는데 은근 조언을 잘 따르는 귀 얇은 1인)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도서관에 갔다가 계획에 없던 책을 한 권 들고 나왔다. 독서라는 테마로 큐레이션 된 서가에 놓여있던 책. 독서의 기록. 여러 책 중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책 뒷면의 "독서가 여전히 취미로만 머물러 있다면 이제는 '기록'할 때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어떻게라는 궁금함도 있었고, 무용하지만 좋아하면 되..

들려주고픈 2024.09.20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쓰기와 말하기 중 내가 더 선호하는 표현 방법은 말하기. 쓰기는 글씨도 맘에 들지 않고 오래도록 남게 되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모닝페이지도 끄적이고 필사도 하고 가끔 블로그에 글도 남기는 등 쓰는 행위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책장에는 쓰기 관련 책이 최소 5권은 나란히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 책장에 자리하지 못한 쌓여 있는 책들 중에도 한 두권 있고, 장바구니에도 한 권 들어있으니... 녹음이나 녹화의 방법도 있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쓰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도서관에 가면 특정 주제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는 서가가 있다. 새로 도착한 책이 있는 서가 바로 옆 칸이어서 눈으로 한 번 훑어보다가 글쓰기 관련 추천 책들 중 제목에 끌려 책을 뽑아 들었다. 책 뒷면의 추천글에서 보게 ..

들려주고픈 2024.09.10

80억명 중 단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축복일까요?

출간되는 책마다 이름이 적혀있다면 사고 보는 작가님이 있다. 구의 증명으로 처음 만났던 최진영 작가님이 내겐 그런 작가님이다. 희망의 한 자락도 남기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그럼에도를 찾게 되는 작품들. 이 책은 달랐다. 우리는 각자의 신념과 방식으로 신을 만나고 희망을 잡고 있다. 나약한 두 손을 가졌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각자의 노력을 놓지 않는다. 단 한 사람. 내가 이름붙인 단 한 사람. 임천자의 기적, 장미수의 악마, 신목화의 목표인 신은 무엇인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 부활한 나무. 시간을 초월한 생명. 무성한 생에서 나뭇잎 한 장만큼의 시간을 떼어 죽어가는 인간을 되살리는 존재.  p. 79 처음에는 그저 듣던 목수가 어느 날부터 목화의 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들려주고픈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