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파괴적인 이야기들

쫌~ 2024. 9. 24. 13:21

 뭐라고 말해야할까? 도서관 서가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을 보고 고민도 없이 들고 나왔다. 시녀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각 작품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이게 뭐지? 를 반복하며 앞의 3작품을 읽었다. 짧은 분량으로는 작가가 다룬 이야기들의 소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다. 정확하게는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소화가 전혀 안되는데... 읽다가 다시 돌아가서 읽어도 무슨 상황인지... 물론 이야기들은 기발하다. 읽는 내내 불쾌한 기분의 이야기들이다. 허세로 둘러싸인 속 빈 강정같은 남자들이 등장하고 죽음도 어리석음을 막지 못하고...  

 9편의 이야기(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 루수스 나투라, 동결 건조된 신랑, 이가 새빨간 지니아가 나오는 꿈, 죽은 손의 사랑, 스톤 매트리스, 먼지 더미 불태우기) 중 동결 건조된 신랑(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 죽음도 막지못하는 어리석음이여), 죽은 손의 사랑(재미있는 이야기를 세련되게 들려주는데 제목이... 처음에는 사람 이름인 줄), 스톤 매트리스(어찌저찌 이해는 할 수 있으려나)가 재미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먼지 더미 불태우기... 이미 책을 읽고 난 뒤라 저 제목을 적으니 속이 불편하다. 안락사에 대한 기사 아래에 달린 글에 나의 죽음에 대한 권리가 너의 죽음에 대한 의무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마음이 캄캄해졌었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시공간에 살고 있다. 먼지 더미 불태우기를 읽는 내내 제발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연극이기를...망상이기를 바랐다. 혐오가 주는 공포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리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기에 귀신이나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어떤 현상보다 더 공포스럽다. 

 그리고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인구 중 한 집단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이 물론 애석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는 역사상 전례가 없지 않습니다.  p.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