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쫌~ 2024. 9. 10. 13:09

 쓰기와 말하기 중 내가 더 선호하는 표현 방법은 말하기. 쓰기는 글씨도 맘에 들지 않고 오래도록 남게 되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모닝페이지도 끄적이고 필사도 하고 가끔 블로그에 글도 남기는 등 쓰는 행위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책장에는 쓰기 관련 책이 최소 5권은 나란히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 책장에 자리하지 못한 쌓여 있는 책들 중에도 한 두권 있고, 장바구니에도 한 권 들어있으니... 녹음이나 녹화의 방법도 있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쓰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도서관에 가면 특정 주제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는 서가가 있다. 새로 도착한 책이 있는 서가 바로 옆 칸이어서 눈으로 한 번 훑어보다가 글쓰기 관련 추천 책들 중 제목에 끌려 책을 뽑아 들었다. 책 뒷면의 추천글에서 보게 된 두 문장. '...마침내 자기 회복을 위해 글쓰기를 선택하고...(은유 작가)','...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마치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길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김신지 작가)' 글쓰기를 선택하고 기다렸다는 듯 쓰고 싶어질거라고? 

 저자의 아들 댄은 생후 9개월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스물두살에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저자는 아들을 남편과 함께 16년 동안 돌봤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옛말이 있다. 꽤 유명한 일본 감독(기타노 다케시)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쩍 갖다 버리고 싶은게 가족이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아픈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더군다나 무한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자녀가 그 대상이라면...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런 저자가 부서진 자신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자전적 에세이 쓰기였다고.

 그러나 내가 받은 가장 큰 위로, 가르침, 뜻밖의 선물이 있다면, 자전적 에세이를 쓴 덕분에 그 여정이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절묘하고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자전적 에세이 쓰기가 치료제라고 확신하는 이유다.  p.12

 나는 내 삶에 우연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내 영혼의 성장과 관련이 있었다. 영혼의 성장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삶에 운명 따위는 없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호나경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내가 선택했고, 그 선택들이 내 삶이 되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내게 주어진 것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삶이었다. 주어진 것들과 살아가기를 실천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p.20

 "받아들일 수 없는 불확실성은 두려움이 된다. 온전히 받아들인 불확실성은 더 강한 활력, 더 예리한 감각, 더 큰 창의성이 된다." 
 창의성은 당신이 얻거나 갖는 것이 아니다. 당신 자신이 창의성이다.  p.26

 깊이 듣기가 이 의식의 한 부분이라고 리더 중 한 명이 말한다. 깊이 듣기란 통제하거나 판단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그 순간, 그 자리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귀담아듣는 것을 의미한다.  P.31

 모든 것이 당신만의 고유한 여정을 위해 완벽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무언가를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분류하고 명명하면 그것이 오히려 당신을 가둔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따라서 늦은 때나 이른 때란 없으며, 모든 것이 제 시간을 지키고 있다.   p.33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2박 이상 아이들과 떨어져본 적이 없다. 그것도 착하디착한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을 때에만. 그리고 그럴 때조차도 네 시간마다 전화를 걸어 댄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  pp.64-65

 운영자들은 우리에게 시선을 마주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연결되지 않는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한다.  p.66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통찰을 얻어서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p.95

 1960년대에 나와 언니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현실 치료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은 사실인가? 꼭 필요한 말인가? 상냥한 말인가?  p.196

 감사하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해방과 관련된 모든 격언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격언을 듣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지금도 문득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할 때면 그 문장을 되새긴다.   p.254

 운전을 하는 내내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 아침 집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계속 생각했다. 어머니의 소소한 부탁들 중에 딱히 힘든 건 없었다. 엄청나게 힘을 써야 하거나 심지어 강한 집중력을 요하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그동안 아침에 혼자 있는 시간과 나만의 아침 의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부끄러워졌다. 내 대단한 아침의식이 방해받았다고 해서 잠깐이나마 짜증이 났었다는 사실이. 커피나 접시나 라디오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나는 내 이기적인 자아를 나무랐다. 더 잘하리라 다짐했다. 아니,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하고, 이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사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머니께 함께 살자고 한 것 아니었나?  pp.279-280

 "아니요, 워크숍은 치료법이 아니에요. 다만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청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이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거죠."  p.285

 댄, 나는 한번도 네가 버둥거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어. 네가 아기였을 때부터 나는 매번 끼어들었어. 네가 스스로의 힘을 찾아가는 걸, 네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는 걸 가로 막았어. 내 두려움, 내 집착으로 인해 너의 여정은 네 것이라는 걸 믿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네가 살아가는 내내 너와 네가 될 수 있었던 너 사이를 가로막았어. 그리고 이제 네 삶이 끝나는 곳에서 마침내 알게 됐어. 너는 이걸 극복할 수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너를 구해줄 수 없어. 애초에 구해주려고 해서도 안 됐어. 너를 믿었어야 했어. 네가 스스로 네 힘을 찾으리라는 것을. 내 두려움으로 인해 네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던 거야.  pp.340-341

 어떻게 쓸 것인가?

 진정한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파고들 때 당신의 이야기는 보편성을 얻는다. 그것이 우리가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p.15

 "왜 굳이?"라고 묻는 대신 시인 숀 토머스 도허티의 답변에 귀를 기울여보자. "왜냐하면 지금 저곳에 당신의 이야기와 똑같은 모양의 상처를 지닌 누군가가 있으니까." 
 자,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글을 쓸 도구, 그리고 집중력과 목적의식이 전부다. 전자는 점점 강해질 것이고, 후자는 점점 변화할 것이다.  P.16

  그리고 그 통찰을 꼭 붙들고서 곧장 글을 쓰자. 그러지 않으면 휘발되어버릴 테니까. 그 당시에는 너무나 심오한 통찰이어서 이런 걸 잊을 리가 있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말을 명심하라. 그런 것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이다. 
 pp.94-95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현재 시제로 글을 쓰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다. 나중에 그 글을 읽으면 페이지에서 피비린내가 난다. 글 자체는 썩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 손을 좀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느낀 감정만큼은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를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 감정을 잊거나 감정이 바랠 수 있다. 힘든 시기에 글을 쓰라. 기괴한 시기에 글을 쓰라. 두려운 시기에 글을 쓰라. 개인적인 전환기의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을 때 글을 쓰라. 불확실한 시기에 글을 쓰라. 그리고 무엇보다 깊은 상처를 받은 시기에 글을 쓰라.  p.165

 기발함과 속임수는 다른 것이다. 당신이 우리를 속이면 우리는 분노할 것이고, 우리가 그 책에서 느꼈던 좋은 점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만다.  p.216

 일기와 자전적 서사는 뭐가 다를까? 후자에는 내면의 변화 과정과 당신이 배운 교훈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당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거기에서 여기까지 왔는가? 당신은 현재 어디에 있는가? 일기는 보통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한다. 서사는 당신이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서술한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 떨어졌다가 어떻게 지금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그런 변화의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줘야 한다.  p.227

 그러나 당신이 글에서 분노를 폭발시키면 오히려 나를 밀어내게 된다.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가 당신 대신 분노할 수 있게 해달라.  p.231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후에 리더가 벨을 울리면 우리는 돌아가면서 자신의 짝이 들려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려준다. 우리가 막 들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작업, 그러나 그냥 어디선가 임의적으로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심장과 창자 깊숙한 곳에서 나온 이야기로 다시 들려주는 작업의 효과는 강력하며, 또 충격적일 정도로 고통스럽다.  pp.286-287

 잠시 휴지기를 가진 다음, 당신이 짜냈던 글을 다시 읽으라. 이때는 소리 내 읽어야 한다.  p.288

 의도적인 반복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게으른 반복은 하품을 자아낸다.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장이나 단어 조합이라도 다시 한번 집어넣으면 그 힘이 약해질 뿐이다.  p.289

 선택하고 솎아내라.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좋은 이야기를 골라내고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머지 이야기들은 생략하라.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를 일일이 다 들려줄 필요는 없다. 독자의 머리에 너무 많은 비극을 퍼부으면 독자에게 두통만 일으킨다.  p.296

[길잡이]

#1. 당신 책의 책날개에 들어갈 글을 써보자.

#2. 도입부로 삼을 만한 문장 내지는 단락을 세 개 쓰라. ... 감정의 혀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라. 

#3. 당신은 글을 쓰는 대신 무엇을 하는가? 그것에 대해 쓰라.

#4. 당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행동한 경험에 대해 쓰라.

#5. 의식이나 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당신이 그동안 거부하던 것을 받아들이고,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괴롭혀온 걱정거리에 마침표를 찍었던 경험에 대해 쓰라. 그런 변화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특별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했는지에 대해 쓰라.

#6. 생각 하나, 핵심 주제 하나, 견해 하나를 다르게 바꿔가며, 다섯 번 다시 쓰라.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는지 보자. 일단 당신이 달라질 것이다. 

#7. 같은 주제의 글을 두 번 쓰라. 처음 쓸 때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지 말고 빙빙 돌려 말하면서 쓸데없는 내용을 계속 덧붙이라. 그다음 글에서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자. 

#8. 독자가 당신이 묘사하는 대상을 최대한 많은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하게 글을 써보자.

#9. 신문기사 하나를 골라 사적인 에세이로 바꿔 써보자.

#10. 거의 대화로만 채워진 글을 쓰라. 혼잣말 같은 대화도 좋다. 마치 비밀 이야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나는 대화도 좋다. 

#11. 주인공이 심경의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쓰라.

#12. 말하기 버전으로 글을 한 편 쓰라. 그런 다음에 같은 내용을 보여주기 버전으로 다시 쓰라.

 여러 글쓰기 책들 중 이 책이 가지는 힘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예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녀 자신의 삶을 교재로 사용하는 글쓰기 책이라니...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가 보여준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어지게 했다. 저자가 제안하는 길잡이들 중 몇 가지를 도전 과제로 추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