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Omne ignotumpro magnifico(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대단해 보이는 법)

쫌~ 2024. 9. 8. 12:00

 문학 작품 속 캐릭터 중 살아 숨쉬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셜록 홈즈, 드라큘라(빌런 세계의 최강 매력남이지 않을까?)가 문장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도서관에서 드라큘라 책을 보면서 2번 놀랐다. 왜이렇게 두꺼운거지? 나 드라큘라를 책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너무 익숙하고 유명한 이야기여서 책으로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왜 한 번도 그를 탄생시킨 브램 스토커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초반부는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드라큘라의 성에서 그와 만나고 그의 정체를 어렴풋하게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능력(?)소개와 그가 꿈꾸는 큰 그림을 엿보며 미신이라 치부하고 있던 흡혈귀 전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본격적인 드라큘라 백작의 계획을 보여주며 드라큘라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인 흡혈귀 헌터의 대명사가 되는 네델란드 의사이자 법학자인 판 헬싱(반 헬싱)이 등장하는 부분이 이어진다. 드라큘라 퇴치 원정단(?)이 되는 4명의 신사들과 판 헬싱이 어떻게 모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루시 에피소드. 루시는 조너선 하커의 부인이 되는 미나 머리의 절친이자 그녀의 사건은 드라큘라가 영국으로 넘어오게 되면 벌어지게 될 일의 축소판이다. 본격적으로 미나 하커와 5인의 신사들이 드라큘라 백작의 영국 침공(?) 계획을 제지하고 그에게 안식(?)을 선사하는 최후의 전투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몰입이 방해되지 않는 것은 이야기 서술 방식이 일기와 서신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인 듯. 

미나 머리의 일기
7월 26일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이렇게 여기다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일기를 쓰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p.136

기록의 중요성. 

 오 부인, 내가 여기에 와서 알아내려는 것이 얼마나 해괴한 것인가를 알면 정작 웃으실 분은 부인일 거요. 나는 어떤 사람이 믿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이상한 것이라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나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 왔소. 게다가 그 일은 그냥 덮어둘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한 일이 아니라. 이상하고 특별한 일이며, 미친 사람이든 온전한 사람이든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이오.  p.326

 자네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 달란 말이지. 말하자면 이런 거야. 어떤 미국인이 믿음이라는 것을 이렇게 정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네. 즉, <믿음이란,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것을 믿게 하는 능력>이라고 하더군. 내가 보기엔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 사람 얘기는, 우리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 작은 바위 덩어리가 철도 화차를 막는 것처럼, 진실의 작은 조각이 커다란 진실이 나아가는 것을 막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세. 우리는 먼저 작은 진실을 알아내는 거야. 좋아!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그 진실을 존중해야 하네. 그래도 그 작은 진실이 세상의 모든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건 금물이야.  p.339

 드라큘라. 반 헬싱. 브램 스토커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채택 된 인물들이다. 왜 미나 머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컨텐츠는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 있지만 내가 잘 모르는 것이면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이겠으니.. 아쉽) 구색 맞추기를 위한 여성 캐릭터는 아닌데... 드라큘라 백작 퇴치 작전의 전략가이자 퇴치 원정단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인데...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기록을 남기게 되는데 강력한 영향을 준 인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