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161

영화 좋아해요?!?!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서너 개씩 있던 비디오 세대인 나는 주말 저녁에 가족들과 보던 이연걸의 황비홍 시리즈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평일 오후 시간을 함부로 쓸 수 있던 대학생 때는 시내에 있던 예닐곱 개 극장의 영화를 개봉일에 모두 보기도 하였다. 도서관에서 요즘 영화 리뷰라는 문구를 본 순간. 나도 영화 좋아하는데라며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들고 왔는데... 요즘. 이라는 두 글자를 못 봤다는... 수록된 56편의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5편이 고작이라니... 심지어 어떤 영화인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관심 있던 영화들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 요즘은 드라마도 요약본으로 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 이야기였다는 생각에 약간의 충격. 기자님의 글에 영업당한 ..

들려주고픈 2024.08.29

강경 종이책파의 변절.

책은 물성이 느껴지는 종이책이지. 전자책은 뭐... 굳이... 뭐 하러... 물론 남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니 좋아 보이기도 하고 좀 멀리 이동할 때 짐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전자책 리더기도 구입하고 책구입 원칙을 세운 뒤로는(새 책을 한 권 사기 위해서는 책장에서 한 권 정리하리라) 전자책으로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원칙은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책을 토해놓은 책장을 보니 구구절절 쓰기도 싫군) 작년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이 있다. 모임 전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리지 못했는데 딱히 구입하고 싶지 않은 책도 있어서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읽었다. (전자책은 책장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니... 나의 허세는 내 책장에 고이 붙여두고 있다.)  책은 주로 알라딘에서 구입하였는데 전자책 리..

들려주고픈 2024.07.30

펠리페는 무엇이었을까?(아우라)

이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사 기법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무 특이해서 내용에 집중이 안되었다.) 처음에는 너가 누구지? 펠리페잖아. 그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 너는 누군데? 어느 순간이 되면 아우라랑 콘수엘로 부인의 관계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몬테로씨(펠리페)와 콘수엘로 부인의 계약인데 부인의 이름은 처음에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노파, 미치광이 노파 등으로 칭해지다가 아우라와의 대화에서 이름이 나오는데 피고용인인 펠리페조차 되묻는다. 고용인 이름도 모르다니!!!! 초반에는 이러한 어지러움이 책의 재미를 못보게하는 장애물이었는데... 어느 순간(나는 양 잡는 장면에서부터) 아우라가 실존 인물이 아니구나! 콘수엘로 부인이랑 아우라는 동일인이구나. 라고 생..

들려주고픈 2024.07.26

즐거운 동행자. 여행의 이유

코로나 이후 첫 해외 여행. 여권도 만료되어 새로 여권을 만들었다. 얼결에 들어서게 된 육묘인의 길은 당일치기 여행외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네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2024년 여름. 꽤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일상 잠깐 멈춤!  일정이 매우 짧아서 책은 한 권만 챙기려고 이번 독서 모임에서 읽을 책을 대출했는데... 뭔가 아쉬운 맥시멀리스트는 전자 도서관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독서 마라톤도 이어가야하니... 아쉽기는 (교보 전자도서관 이용) 밑줄 긋기가 안된다는 것이랑 책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인데... 좀 더 사용해봐야하니 판단 보류.그렇다면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

들려주고픈 2024.07.25

맞닿아 있는 우리.

좀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에 서가를 기웃거리다 충동적으로 들고 온 책. 거꾸로 읽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사진이 많아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문화 현상에서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 신들과 만나는 공부를 신화 거꾸로 읽기" 라고 부른다. 영웅들의 이야기.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이아손의 이야기들에서 인류가 좋아하는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흔적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리스 로마는 서양인데 동양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종교에도 흔적이 남아있다.  그레코 로망, 즉 그리스와 로마 신화 관련 4대 고전으로 꼽히는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트로이아 전쟁 이야기),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 이야기),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아이네..

들려주고픈 2024.07.24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긴긴밤.

이 책은 슬픈 책이 아니다. 읽을 때마다 따스하고 든든함을 느끼는데 항상 눈물이 난다. 딱히 누구때문에 무슨 사건때문에 슬프다는 아닌데 항상 눈물이 난다. 다양성. 이 책을 읽고 제일 처음 머릿 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코뿔소 노든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은 코끼리들이다. 그 뒤에 노든이 만난 코뿔소는 야생에서 자란 코뿔소이다. 노든에게 가족의 행복을 알게해준 아내와 딸. 노든과 아내는 같은 코뿔소지만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갖고 있어 생활 문화가 달랐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며 이해하고 넓어지게 된다. 그 뒤에 만난 앙가부 역시 같은 코뿔소지만 평생을 동물원에서만 보낸 또 다른 문화를 가진 코뿔소이다. 앙가부는 노든을 통하여 야생을 경험하고, 노든은 앙가부를 통해 삶의..

들려주고픈 2024.06.30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신화는 심리학적 통찰을 위한 풍요로운 원천이라고 한다. (인류 초기의 근원적인 표현에서 인간심리의 기본적인 패턴을 파악한다면 오늘날 인간심리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는 특정 개인에게만 의미를 지니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주제를 지니는 이야기들만 살아남게 된다. pp.7-8 )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신화가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라고 한다. 이 책은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feat.아프로디테) 속에서 프시케의 여정을 통하여 여성성을 찾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이지만 아프로디테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아프로디테와 프시케 둘은 닮은 듯 하지만 다르다. 아프로디테는 원시적 여성성을 상징하는데 모든 여성은 내면에 아프로디테적 성향을 가지고..

들려주고픈 2024.06.29

누가 주인공인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비룡소 클래식에서 나온 아동용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좀 더 내용이 풍성하려나 싶었는데... ㅠㅠ 아동용이니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대.착.각. 아서왕의 등장 이야기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아서왕의 기사들 중 이름이 알려진 몇몇 기사들의 모험담을 간단하게 보여준다. 아서왕의 이야기보다 기사들의 모험담이 더 풍성하다. 좀 의외였던 것은 이 책에서는 마법사 멀린의 이야기 비중이 엄청 적다. 뭔가 멀린은 삼국지에서 제갈량이나 사마의와 같은 존재처럼 여겨졌는데(나만의 착각인가) 삼국지는 사건이 촘촘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간략하게 사건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유럽의 신화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구나라는 생각에 다음에는 켈트 신화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들려주고픈 2024.06.21

차별(복장터지지만)과 연대(재미있다.)의 역사

읽으면서 떠오르는 몇 몇 소설들이 있었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헬프. 성별에 의한 차별이 자연스러웠던 1960년대를 배경로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의 인생을 통하여 불평등 문화를 유쾌하게(엘리자베스와 소설 속 여성들이 당하는 일들은 엄청난 무게로 마음을 짓누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맞서고 느리지만 멈추지 않기에 유쾌하다고 쓰고 싶다.) 비웃어 준다. (작가가 유머러스하게 비꼬기를 잘한다.) 문화가 된 차별의 일상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갖지 않고 차별을 답습하며 스스로 각자의 한계를 만든다. 큰 물결을 만들게 되는 작은 변화는 연대에서 시작된다. 차별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 우리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학(변화) 이야기.레슨 인 케미스트리. 성별, 종교, 인종, 성적지향성, 어린이, 동..

들려주고픈 2024.06.08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첫 번째 고백. 이동진이 사랑한 모든 시간의 기록.

덕질은 가장 순수한 마음(욕망)의 결정체가 아닐까? (아직 덕후의 대열에 들어가지 못한 머글 1인) 이 책의 진짜 제목은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가 아니라 그 아래 적힌 이동진이 사랑한 모든 시간의 기록이다. 이동진이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쌓아 온 (마음이 있는 곳으로 지갑이 열린다고 했던가 ㅎㅎ) 더 정확하게는 에너지(시간과 돈과 노력)를 쏟은 것들에 대한 당당한(글에서도 뿌듯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친한 지인이라서 바로 앞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면 너무나 부러워서 질투심에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리라) 고백들. 작은 보물 상자로부터 시작했던 이동진은 이제 자신의 수장고인 파이아키아에 이만가지 이야기를 채워넣었다. 세상에는 수집가와 수집가가 아닌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이동진은 자신은..

들려주고픈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