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사 기법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무 특이해서 내용에 집중이 안되었다.) 처음에는 너가 누구지? 펠리페잖아. 그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 너는 누군데? 어느 순간이 되면 아우라랑 콘수엘로 부인의 관계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몬테로씨(펠리페)와 콘수엘로 부인의 계약인데 부인의 이름은 처음에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노파, 미치광이 노파 등으로 칭해지다가 아우라와의 대화에서 이름이 나오는데 피고용인인 펠리페조차 되묻는다. 고용인 이름도 모르다니!!!! 초반에는 이러한 어지러움이 책의 재미를 못보게하는 장애물이었는데... 어느 순간(나는 양 잡는 장면에서부터) 아우라가 실존 인물이 아니구나! 콘수엘로 부인이랑 아우라는 동일인이구나. 라고 생각되면서 흥미진진한 고딕풍의 로맨스 소설이 되었다. 특유의 음산하고 묘한 분위기. 여름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책이 있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그리고, 책을 다 읽는 뒤에 생긴 의문점 펠리페는 무엇(누구가 아니라)이었을까?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이 기묘한 이야기에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설명조차 기묘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작가의 어떤 경험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어떤 이야기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읽으면서 나름의 이야기의 틀을 갖게 되었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나만의 틀일수도 있지만... 아우라는 콘수엘로가 만들어낸 허상이지만 펠리페의 욕망에 의하여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펠리페는 콘수엘로의 사랑인 남편 요렌테 장군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이 부분이 안갯속 장면이다. 그럼 구미호 이야기처럼 이해하면 될까? 신문 광고를 보고 콘수엘로 부인을 찾아갔던 사람들 중 욕망의 코드가 맞는 사람이 아우라에게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key가 되는 것이고, 실존하는 인물인 그 남자들은 영원할 수 없으니 어느 순간 쓸모(?)를 다하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고... 그런데 이렇게 구미호식 접근이면 로맨스의 빛이 바래지게 되어서... 찝찝~하다. 그럼 빙의로 접근하면... 펠리페가 key맨이었던 것이고 드디어 긴 시간 찾아해매다가 콘수엘라의 사랑 요렌테 장군을 불러오게 되는... 근데 이것도 뭔가 찝찝하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소설. 그리고 누군가와 같이 읽으면 이야깃거리가 백만개는 나올 수 있는 소설.
꼭! 작가의 '나는 <아우라>를 어떻게 썼는가'를 읽으면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니 건너뛰지 말고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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