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여섯시. 해가 길어졌다. 창 밖은 오후 세 시쯤 된 것 같은데... 창 밖으로 보이는 디지털스튜디오의 노오란 간판. 나는 디지털 세대이다. 나의 첫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였다. 카메라가 손에 익을 무렵 아빠의 필름 카메라를 만져보았다. 가끔 필름 쇼핑을 하여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도 하지만 인화를 맡기고는 파일로 받기 일쑤다. 디카랑 뭔 차이래?? 그렇지만 필름을 넣고 감고 망설이며 셔터를 누르고 싶은 날은 한껏 허영을 부려본다. 그 허영은 늘 쉬이 사그러들어 필름 인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날이 유난히 좋던 주말. 서점에 들러 교고쿠의 새 책을 사들고 경희대 앞 투썸에 앉아서 창 밖을 보니 노오란 간판의 사진관이 보였다. 사진관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스튜디오보다 사진관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