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출근길

쫌~ 2018. 1. 28. 01:49
 오늘은 날이 춥다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니...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지 않고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침 출근길에 네 집 앞에서 너를 태우는 일이 이제는 없을 것 같아서 살짝 서운했다.
 물론 운전을 전혀 하지 않아 운전하는 사람의 불편함을 잘 모르던 너로 인해 짜증스러운 순간들이 왜 없었겠으며 그 순간들을 잊은 것도 아니지만...
 처음 너를 태우고 출근하던 날의 즐거움 역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리고 그동안 출근하던 동선이 불편하거나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내 차로 같이 출근하자는 말을 꺼내기 위해 만 번의 고민이 있었다.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면 되는데 많이 편리해지는 것도 아닌데 타인의 시간에 맞추려고 신경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선뜻 감내해주고 간혹 귀찮아도 티내지 않아서 고마웠다고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내가 망설이며 던진 마음에 대한 응답으로 느꼈고, 서로에게 작용(?)하는 우리라는 관계를 가진 듯 하여...
 아침을 챙겨먹는 것보다 십분 정도 되는 시간에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도 듣고 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당연하게 나를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앞으로
 또 다른 방식의 상호작용으로 관계를 맺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머리로 아는 것이 마음까지 전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
 그러니
 지금은 조금 외롭다.
 집 아래 주차장에서 아슬아슬하게 기다리던 그 시간도
 아... 안태우고 바로 갔으면 지각도 안할텐데... 나 일찍 일어났는데 좀 억울해 하던 그 마음도
 참 좋았음!!!
 좋았던만큼 마음이 쌀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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