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도 개강을 싫어한다. 학생은 학교급이 무엇이건 공식적으로 학교 가는 날은 다 싫어하는가보다.
2학년이 되던 2월의 마지막 날. 개강이 싫다는 날 시내에서 가장 큰 문구점으로 데리고 갔다.
내일부터 사용할 공책과 펜을 고르라는데...
중.고등학교 6년간 검정색 모나미 볼펜 한 자루면 족하던 내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꽤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이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 아니어도 학교가 가기 싫은 날에는 이런 저런 문구를 구경하고 집어오곤 했다.
오늘은 덜 춥다는 온라인 소식통에
가까운 서점으로 향했다. 연필 몇 자루를 집어들고 계산하려는 순간,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낯이 익은 아르바이트생이 서 있었고... 당황하며 우물거리자...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올 해 21살이 되었다고 덧붙이는 다 큰(?) 아이에게... 반말로 안부를 전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주어 고마웠고
집에서 가볍게 나온다고 모자에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까칠한 얼굴로 나와서 잠깐 후회했다.
그래서 알아봤던 것인가??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선뜻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당당함이 멋져보였다.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어 참 고마웠다. 나도 기억하고 있단다. 이제 이름이 바로 떠올라 먼저 불러주지는 못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칼로 연필을 깎으면서...
오늘 꽤 오래전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그 기억의 종류가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일단 내게 침은 안 뱉었으니...) 사람으로 인하여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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