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처음이라는 것만큼 혼란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나이가 몇 살이되었든 그것이 무엇이든
항상 첫사랑 진행중
이 책을 읽을때마다 눈물이 나는 것은 엘리오의 양가감정이 너무 솔직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서리라
엘리오와 올리버는 다시 만났다는 것인가? 연달아 몇 번을 읽었는데도 ... 아직도 모르겠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연주할게요, 그만 하라고 할 때가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내 손가락이 벗겨질 때까지. 난 당신을 위해 뭔가 해 주는 게 좋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니까 말만 해요.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어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나에게 또다시 얼음처럼 차갑게 반응할 때조차. 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 여름을 눈보라 속으로 가져가는 쉬운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거예요. (p.20)
감히 입 밖으로 낼 용기는 없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당신과 같이 있기 위해서요. 올리버, 당신과 같이 있기 위해서예요. 수영복을 입고서든 입지 않고서든, 당신과 내 침대에 같이 있기 위해서. 아니면 여름 한 달만 빼고는 내 침대가 되는 당신의 침대에서, 날 가져요. 내가 원하는지 물어보고 대답을 기다려 봐요. 내가 싫다고 말하지 않게 해 줘요. (p.21)
"꼭 그래야 해요?" 정말 하고 싶은 말과 그나마 가장 가까운 표현이었다. 그냥 있어요. 그냥 나랑 같이 있어요. 손을 마음대로 움직여요. 내 옷을 벗기고 나를 가져요. (p.33)
"엘리오." ... 너무도 말하고 싶었다. ... "말 안 할 거야?" "말 안 할 거예요." "말 안 할 거군." ... 내가 방금 따라 한 말을 그가 또 따라 한다는 것이 아주 좋았다. (p.37-38)
그가 배를 깔고 엎드려서 매일 아침 B에 사는 번역가 밀라니 부인에게 받아 온 원고를 확인하는 동안 내 전용 테이블에 앉아 편곡 작업에 열중하는 것보다 내 인생에서 더 좋은 일은 없었다. (p.38)
...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가 다시 말을 걸 때까지. 그가 무슨 말이든 하거나 X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Y는 들어 봤느냐 하는 질문으로 침묵을 깨는 게 좋았다. (p.39)
...나는 오로지 시간이 멈추기만을 기도했다. 제발 여름이 끝나지 않기를, 그가 가 버리지 않기를, 되풀이되는 히트곡이 계속 흘러나오기를. 그리 큰 소원도 아니고 앞으로 그 무엇도 더 바라지 않겠다고. (p.40)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null'amato amar perdona(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p.41)
그저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거기 있는 것이었다. 선크림, 밀짚모자, 빨간색 수영복, 레모네이드. 고개 들었을 때 당신이 거기 있는 거예요, 올리버. 머지않아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는 날이 올테니까. (p.41-42)
하지만 '나중에!'는 작별 인사를 회피하는 방법이자 모든 작별을 가벼이 여기는 방법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작별이 아니라 곧 돌아오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p.45)
... 그의 몸을 떠올리게 했다. 살구 빛깔과 모양을 닮은 탄탄하고 동그란 엉덩이. 살구를 만지면 꼭 그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p.47)
모두가 그를 좋아했기에 나 또한 그가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남자를 안고 싶은 욕망을 감추기 위해 그가 잘생겼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남자인 셈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를 거부해야만 하는 속마음을 숨기는 듯 보일 것이다. (p.51)
나는 항상 그를 시야에 두려고 했다. 옆에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이 되게 하지 마소서.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여 주게 하지 마소서. 그가 우리 집에서 보내는 삶, 내가 아는 것 이외의 삶을 영위하게 하지 마소서. 내가 그를 잃게 하지 마소서. 그가 내 것도 아니고 옆에 잡아 둘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그는 상황이 맞을 때마다 내게 조금씩 관심을 나눠 주는 것뿐이었다. ... 나중에! 네 거야!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가벼운 잡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p.53)
오늘은 과연 그가 저녁 식사에 참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고문이었다. 하지만 견딜 만했다. 진짜 시련은 집에서 저녁을 먹을 것인지 직접 물어볼 용기가 없다는 거였다. 오늘은 그가 저녁을 같이 먹을 거라는 희망을 거의 포기할 무렵,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거나 식탁에 앉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마구 뛰었고 독을 품은 꽃처럼 희망이 피어났다. 반면 당연히 함께 저녁을 먹을거라고 생각했을 때 들려오는 위압적인 'Esco(나가요)!'는 자유로운 나비의 날개를 꺾듯 잘라 버려야 하는 희망도 있음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p.55)
나는 그가 우리 집을 빨리 떠나서 모든 게 끝났으면 했다.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기도 했다. 계속 그가 생각나고 언제나 볼지 알 수 없는데 적어도 그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내 손으로 그를 죽이고 싶기도 했다. 그의 존재가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누구든 무엇이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 태평함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p.55)
내가 원하는 것은 그와의 단 하룻밤이었다. 아니, 한 시간이라도 좋았다.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또 하룻밤 그를 원할지 알 수 있을 테니까 ... (p.56)
아무리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나 자신의 회복을 소망하더라도 그를 향한 여전한 욕망은 어쩔 수 없었다. (p.58)
그가 첼란에 대해 나눈 대화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주 오랜만에 행복해졌다. (p.65)
그의 한마디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쉽게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작은 행복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p.65)
그가 언제 나타날지 두려웠다. 나타나지 않아도 두려웠고 나를 쳐다봐도 두려웠다. 쳐다보지 않으면 더욱 두려워졌다. 결국 고뇌가 나를 완전히 지치게 했고 ... 두려움은 절대로 가시지 않았다. (p.77)
뭐라고 말 좀 해요. 날 그냥 만져요, 올리버. 내 눈에 눈물이 고일 때까지 나를 쳐다봐요. 밤중에 내 방문을 두드리고 내가 이미 당신을 위해 살짝 열어 놓았다는 걸 눈치 채요. 방 안으로 들어와요. 내 침대에는 언제나 당신 자리가 있어요. 한동안 그가 보이지 않는 날이 가장 두려웠다. (p.78)
내 침대. 하지만 그의 향기로 가득했다. (p.81)
아직 어렸지만 그런 순간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의 우정을 단단히 하거나 다른 차원까지 끌어올리려는 어설픈 시도로 망치지 말고. 결코 우정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단지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첼란의 표현처럼 항시와 전무 사이 (p.87)
나는 그에게 믿음직한 미소를 보냈다. "내가 아무 데도 안 간다는 걸 당신도 잘 알잖아요." (p.91)
그의 가슴과 목과 겨드랑이에서 풍기는 체취만 있으면 된다. ... 올리버, 당신의 욕망을 담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p.102)
그가 거절한다면 씻기지 않는 상처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한 손을 그의 사타구니에 가져갔다. ... 그는 지극히 침착한 태도로 부드러우면서도 무척 차갑게 자신의 손을 내 손으로 가져갔다. ... 우리가 방금 나눈 즐거움이나 열정은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p.103)
"난 알 수 있어요. 그냥 잡담이나 하겠죠.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그게 전부겠죠. 웃긴 건 그래도 난 살 수 있겠죠." (p.104)
우리 두 사람의 일이지만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은밀하고 당호한 애무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p.105)
그를 피하고 모든 연결점을 하나씩 끊어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희망 사항을 잘라 내야 한다. (p.107)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하나도 아닌 두 가지 괴로움이 ... 욕망과 수치심.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알몸으로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욕망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위험을 조금도 무릅쓰지 못하는 반복된 무능함. ... 갈망과 두려움 ... 엘리오, 나중이 아니라면 언제 할 거야? (p.134-135)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에게 주고 싶었던 그것을 주지 않는다면 내 평생 가장 큰 죄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p.135)
나는 서점에서 그에게 책을 선물하고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우겼는데,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 B의 좁고 그늘진 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걸을 수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앞으로 매일 밤 꿈에서 그런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찌돼도 좋으니 평생 꿈만 꾸고 싶었다. (p.137)
집으로 가는 길에 몸과 손에 그녀의 체취가 배어 있어서 좋았다. 씻어 버리고 싶지 않았다. 저녁에 다시 만날 때까지 남겨 둘 참이었다. (p.147)
지금 읽으면 하루를 망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읽지 않으면 하루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다른 생각을 전혀 못 할게 분명했다. ... 상대방이 내키는 대로 한 약속을 기다리는 게 너무나 싫었다. (p.150)
내가 원하는 일인지 확신은 없지만 확인해 보고 싶고 대상이 그였으면 좋겠다고. 당신의 몸을 알고 싶고 당신이 어떻게 느낄지 알고 싶다고. 당신을 통해서 그리고 나를 통해서 당신을 알고 싶다고. (p.155)
나는 이날을 슬픔으로 기억하게 될까, 아니면 수치심으로 기억하게 될까? 무관심으로 기억하게 되기를 바랐다. (p.162)
그의 팔은 나를 쓰다듬지도 않았고 꽉 껴안지도 않았다. 이 순간에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동료애였다. (p.164)
그의 침대, 그의 삶, 그의 세계이기에 좋았다. ... 이제 세상에는 단 하나의 비밀도 남지 않았다. (p.165)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p.167)
그 셔츠는 나보다 당신을 더 많이 가졌어요. (p.168)
기분이 나아지고 잊어버리려면 가능한 한 그에게서 멀어져야 했다. 하지만 감정이 더 악화될 때 기댈 사람이 없기에 그가 가까이 있어야 했다. (p.171)
내가 아주 빠르게 그와 거리를 두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는 ... 몇 시간 만에 또 그를 간절히 원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서였다. (p.176)
그가 내 반바지를 입은 채 ... 두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도 모자라 서로가 되고 싶다고 서투르게 말하는 방법이라고. 그래서 내가 내가 되는 것. 나 때문에 그가 그가 되는 것. 내가 그의 입 안에 있고 그가 내 입 안에 있는 것. 내 입 안에 든 것이 그의 성기인지 내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그는 나 자신에게 이어지는 비밀스러운 도관이었다. (p.178)
"너에게 어젯밤의 일이 여전히 장난이나 놀이 같겠지. 그래야만 해. 하지만 나한테는 전혀 다른 의미이고 그게 뭔지 찾으려고 하는 중이야. 그럴 수 없다는 게 날 겁나게 해." (p.179)
내 것이 그의 입 안에 있다. 이제 단지 내 것만은 아니었다. ...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숨죽여 울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이 이토록 나에게 친절하거나 이만큼 나를 위해 준적이 없기에 울었다. ... 무슨 일이 일어났기는 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울었다. ... 그는 나의 일부를 가져가고 있었다. (p.187)
빵집 주인과 푸줏간 주인은 서로 경쟁하지 않으니까. 라고 생각 했다. 그가 신경 쓸 것 같지도 않았다. (p.189)
그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 왜 신경 쓰인단 말인가? 빵집과 푸줏간은 서로 다른 업종이라는 둥 하면서 이렇게 되기를 바란 거 아닌가? 그가 집에 없다는 것, 어쩌면 나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리도 불안하지? 내가 지금 그만을 기다리는 기분이 드는 건 뭐지? ... 제발 나를 기다리게 하지만 말아요. (p.191)
날짜를 세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가 이곳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나중에는 그가 이곳에서 머물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 적어도 당신은 다른 곳에 존재하겠죠. 추억이 없는 곳에서. ... 진심을 깨닫기까지 시간... (p.194)
"언제쯤 내 마음을 눈치 챘어요?" ... "네가 얼굴을 붉혔을 때." (p.197)
즉흥적으로 시작된 대화가 그렇게까지 깊어질 줄 둘 다 알지 못했다. (p.198)
그의 눈이 너무도 반짝여서 나는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다시 그를 쳐다보았을 때도 시선은 그대로였다. ... 그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게 분명했다. ...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과 똑같은 식으로 그 역시 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믿을 수 없으면서도 흥분되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p.199)
내 방 침대에서 함께 벌거벗고 있을 때면 ... 내 땀 냄새이기도 한 그의 땀 냄새가 풍기는 가운데 옆에는 내 남자이자 내 여자가 누워 있고 나는 그의 남자이자 여자였다. ... 그 시절을 돌아보면 조금의 후회도 없다. (p.201)
나는 생애 처음으로 돌아오는 길을 위하여 빵가루를 흘리는 대신 다 먹어 치웠다. ... 그 시절 내 방에서 보낸 오후마다 내가 순간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 (p.202)
... 빌린 시간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고 탁자 아래로 흘린 빵 부스러기를 주우며 은신처를 준비하고 부끄럽게도 목록을 만들었다. ... 그 대신 작은 것들을 조금씩 아껴 두었다. 먼 훗날 힘들 때 과거의 희미한 불빛이 온기를 전해 주기를 바라면서. 내키지 않은 듯 미래에 내가 물어야 할 빚을 현재에서 조금씩 훔쳐 내 갚기 시작했다. (p.202-203)
지금은 6월 하순의 그날 오후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 내 방 / 그의 방이라면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리기가 쉬울 테니까. (p.205)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짧은 휴가가 아니라 사랑의 도피였다. 서로 돌아갈 목적지가 다른 티켓을 쥐고 있을 뿐. (p.230)
내가 과연 배나 엉덩이에 올린 그의 손을 잃은 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내 이름으로 부를 사람이 또 나타날까? 물론 새로운 사람은 계속 생길 것이다. 하지만 열정의 순간에 상대방을 내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가식처럼 느껴질 터였다. (p.230)
이제 이곳은 우리만의 추억의 장소니까. (p.253)
다행히 그날 아침 그에게 펄럭이 셔츠를 달라고 다시 부탁했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내내 입게 했다. ... 비닐이나 내 옷 냄새가 배지 않도록 보관해 두고 가끔씩 밤에 꺼내서 옆에 둘 것이다. 셔츠의 긴 소매로 내 몸을 두르고 어둠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 그가 이어서 내 이름을 불러 주기를 바라며.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p.260)
그를 잃은 건 집 안에 있는 모든 사진에서 보이는 내 손을 잃은 듯한 느낌일 것이다. 그것이 없으면 나는 다시 내가 될 수 없으리라. 잃을 걸 예상하여 준비까지 했지만 없으면 살 수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꿈꾸지 않으려고 기도하는 것만큼 똑같이 아프다. (p.261)
... 너희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지 알 거다. ... 그는 좋은 사람이고 너도 좋은 사람이기에 너희 둘이 운 좋게도 서로 만날 수 있었던 거야. ...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자기 안으로의 침잠은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p.273-275)
"엘리오." 나도 똑같이 말했다. 이쪽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엘리오가 맞는다는 뜻에서 한 말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예전에 했던 놀이를 다시 불러일으켜 내가 그 무엇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올리버야." 그가 말했다. 그는 잊어버렸다. (p.284)
그의 집으로 가서 가족을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이유를 그나 나 자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그의 가족이나 그가 일군 삶, 내가 공유한 적도 결코 알수도 없는 것들이 질투 나서였을까? 그가 갈망했고 사랑했고 잃었고 상실에 가슴 아파 했지만 내가 곁에서 지켜보지도 못했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들. 그가 얻을 때도 포기해야 할 때도 내가 곁에 없었던 것들 ... 그날의 일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었다. (p.287-288)
"사실 아무 느낌도 없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당신의 가족을 만나려면 당신에게 아무 느낌도 없는 게 좋겠죠." ...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p.289)
"내 거였는데 당신이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네요." 우리는 서로의 것이었지만 너무도 멀리 떨어져 살았고 이제는 다른 이의 것이었다. (p.290)
우리는 한때 별을 찾았다. 나와 당신. 일생에 한 번만 주어지는 일이다. (p.300)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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