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자와 리카, 오카자키 유코, 야마다 가즈키, 주조 아키, 히라바야시 고타, 우메자와 마사후미, 야마다 마키코
[우메자와 리카]
p.70 정확하게는 흥미를 잃은 게 아니라,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 그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그 어느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리카는 자신도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마사후미의 말을 듣기 전과 들은 뒤에 무언가가 확실히 달라졌다. 요리교실 자체도 전처럼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그만두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p.98 아키는 자기 자신의 인생 설계도를 잘 그릴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실현해가는 사람이구나, 리카는 새삼 생각했다. 일도 분명히 바로 찾을 것이다. 아키는 아마 자기가 주조 아키의 일부라는 생각 같은 건 품은 적이 없을 게 분명하다.
p.101 리카는 아키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을 신경 써서가 아니란 걸 인정했다. 아키처럼 하나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기, 이제 아이는 포기하는 거야? 하고 마사후미에게 확인하지도 않은 채 1년이고 2년이고 지났고, 남편의 말에 위화감을 느껴도 그 진의를 마사후미에게 묻지도 못햇다. 그저 어제와 똑같은 날을 답습하듯 살고 있다. 그런 자신의 하루하루를 아키에게는 도저히 애기할 수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아키의 얘기도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답장도 못하고, 전화도 못 하는 것이다.
p.153 누군가가 몸을 만져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리카는 고타가 이런 일에 익숙한지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손이 등과 겨드랑이와 유방과 목덜미와 두 팔과 배와 허리벼를 더듬을 때, 마비되는 듯한 쾌감이 있었다. 사람의 손이, 누군가 만져주는 것이, 이렇게도 기분 좋은 일이었던가. 리카 자신도 놀랍게 너무나 좋아서 눈물이 쏟아졌다. 천장을 보고 누운 리카의 두 눈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은 좌우로 흘러 귀를 간질이듯이 떨어졌다. 뭐야, 울고 있어, 하고 리카는 속으로 중얼거리듯이 생각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고 있다. 아니, 그게 아니다. 리카는 인정했다. 그렇다, 줄곧 기다렸다. 줄곧 이렇게 애무 받고 싶었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아름다운 것을 어루만지듯이 이렇게 만져주길 바랐다. 줄곧 기다렸다. 줄곧.
p.130 리카는 그제야 그의 발언 어디에서 불쾌함을 느끼는지 이해했다. 요컨대 그 온천 여행은 사죄가 아니라 확인이다. 리카가 선술집에서 한턱 낸 다음에 굳이 시내 고급 초밥집에 데리고 간 것과 같다. 그는 리카에게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이다. 업무 내용도, 경제력도, 자기가 리카보다 훨씬 위라는 것을.
p.184 어느 쪽이든 한 가지만 일어났더라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혹은 그 두가지 일이 간격을 두고 일어났더라면.
p.336 앞으로 만날 수 없게 될 텐데, 저기, 나를 전부 잊어줘. 나하고 만난 것도, 나와 보낸 시간도.
p.341 가정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흩어져갔지만, 하지만 어떤 가정을 해도 자신이 지금 이자리에 이렇게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리카는 겨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진학이며 결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날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몇 시 전철을 탔는지, 그런 세세한 사건 하나하나까지가 자신을 만들어온 거란 걸 이해했다. 나는 내 속의 일부라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니 때부터 믿을 수 없는 부정을 태연히 되풀이할 때까지, 선도 악도 모순도 부조리도 모두 포함하여 나라는 전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모두 내팽개치고 도망친 지금 역시 더 멀리로 도망치려 하는, 도망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나도 역시 나 자신이라고.
[주조 아키]
p.62 뭔가 오늘은 그런 식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키는 한번 기분이 가라앉으면 좀처럼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있어서 가라앉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떡하든 기분을 추스르지 않고서야. 끝없이 이어지는 운전사 얘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아키는 기분 전환이 될 만한 것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안들을 모아두니 소름끼치는 무서움이 되었다.
작은 초조함이 공포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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