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달은 힘이 없다.

쫌~ 2018. 3. 2. 23:34
 

  처음으로 달에게 소원을 빌었던 날. 

 추석. 연휴 동안 못보는 것이 아쉬워 달 구경을 핑계삼았던 날. 대학 운동장에 차를 세워두고 달을 보는데, 간절함이 가득차서 소원을 빌었다.

 물론, 그 날 내 간절함은 달에 받친 소원으로만 소비되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달의 힘을 빌려보았지만 번번이 

 작년 추석.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크고 이쁜 달이었다. 그 날의 즐거운 기운이 소원을 빌게 만들었다. 

 거창한 수식어가 붙었던 달에게도

 오늘의 달에게도

 간절한 단 하나를 빌어보아도

 기쁨에서 비롯하여 빌어보아도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달은 힘이 없다.

 힘 없는 내 달을 원망하면서도 또 소원을 빌어본다.

 즐거움에 겨워 뱉어낸 소원이 ... 어느 사이에 간절함으로 토하듯 매달리는 소원이 되어버렸다.

 내 달은 들어주는 것으로 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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