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사건들은 너무 엄청나서 내 주위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라 생각하게 된다.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7명의 추억 속에 성추행의 기억이 남아있었다. 한결같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성추행이었어...라며
어떤 사건 특히, 아동이 대상이 된 사건을 접하게 되면 가해자에게 분노하며 처벌 수위와 같은 가해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해자의 피해 극복 과정은 자신만의 문제로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이 책은 사례를 중심으로 쓰여져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빨리 읽히는 책은 아니다. 소개되는 사례가 너무 무겁고 일의 중심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3부분으로 되어있다. 그림 형제 동화 털복숭이 공주의 이야기를 통한 치유의 과정, 가정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폭력, 성폭력과 중독 이렇게 3부분으로 다루고 있으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1부이다.
"..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의식에서 지워버린다... 상흔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그것은 기이한 방식으로 의식에 남게 된다... 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지각 능력을 스스로 믿게 하는 것이다.... 동화에는 확고한 낙관주의로 치유와 구원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힘이 있다... 독서 치료란 독서를 통해 심리적 장애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이해는 안도감을 주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북돋운다...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치유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pp.15-18)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성폭력만은 아니다. 할애하는 부분이 작지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성년자를 향한 정서 학대는 그 선이 너무나 희미하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그 일에서 벗어나려면, 그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고통을 알린다'는 말은 다른 사람과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pp.36-37)
"동화를 잘 살펴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걸 알 수 있다."(p.41)
이 책의 제목은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인데 책을 읽기 전에는 참 제목이 좋다라며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은 누군가가 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내 속의 어린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어두운 결계(책에서 나오는 표현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어서)를 떨치고 나오면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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