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다... 돌이켜보다.
소재가 신박하다. 영혼이 잠깐 육체와 분리가 된 상황이라니... 죽음 뒤의 영혼이나 저승 사자는 꽤 많이 다루어졌지만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래도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영혼과 육체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황이라니... 그것도 스스로가 원해서 일어난 일이지만 오랫동안 스스로가 자신의 어느 부분을 내팽겨쳐두었기에 스스로가 원했던 상황인지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창비에서 서평단을 모집하는데 작가를 숨긴 채 실시하는 블라인드 서평단이라기에 '이건 무조건 신청각이다!!'라며 작가를 추측하면서 읽어내려갔다. 가제본 형태로 받아서 읽었기에 책이 출간되는 10월 1일을 꽤 기다렸다. 표지도 너무 궁금했기에...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님의 작품이었다니... 페인트도 소재가 신선했는데 무언가 맥이 통하는 부분이 있구나... 반영을 이용한 표지는 나와 내가 팽겨쳐둔 나를 보여줌에 부족함이 없다.
분량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곁가지 없이 주인공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몰입감있게 진행되어 잠깐 몇 장 살펴볼까하고 앉았다가 주르륵 다 읽게 되었다.
한수리와 은류 그리고, 선령
솔직히 한수리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은류의 이야기는 내내 슬펐다. 은류때문이 아니라 은류 엄마때문에... 은류 엄마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데 문득 이 슬픔과 무거움을 은류가 나처럼 느끼고 있었구나... 심지어 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내부인이었는데... 자기를 돌볼 틈이 없었겠구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던 부분은 선령의 존재였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한수리와 은류 옆에 있어준다. 그들이 내평겨쳐둔 자신을 발견할 때까지... 아니 그 뒤에도 그냥 있어준다. 우리 사회에 이런 꽤 괜찮은 어른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안타까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지켜봐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에겐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내가 찾아야하고 그 과정이 쉽지 않지만 혼자가 아니라 옆에서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은 꽤 힘이 될 것이다.
방법은 달랐지만... 수리와 류는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도 없었던... 그래서 묘하게 닮은 아이들이었다.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도 없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스스로 내팽겨쳐둔 우리의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나나 #소설 #창비 #나나블라인드대본집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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