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소

풍경

쫌~ 2014. 9. 10. 13:13

쨍한 하늘이 보기 좋아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휴일인데

일분 일초가 아까운데

땀이 삐질거리면서 조바심이...

내일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마음이 점점 작아진다.

그래도

꽤 오래 이런 조바심 나는 시간을 보낸 탓에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시도쯤은 거뜬하게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는 않지만

조금 천천히 불안함에 안절부절하게 되니...일단은 이걸로 족하다.

 

창문이란 창문은 활짝 열어재꼈지만

볕이 너무 아쉽다.

나가서 걷고 싶지만

어색하다.

혼자여서 참 편하고 좋은데

공용구간으로 들어갈 때는 긴장하게 된다.

창가 가장 볕이 잘 들어오는 곳에 자리 잡은 건조대를 곁으로 밀고

그 자리에 앉아본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니

산책하는 기분이네.

순간 나 아픈거 아닌가 싶어 무서워졌다.

 

이 방은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창을 열어도 벽돌과 남의 집 창문 정도만 보여서

창을 잘 열지 않는다.

하지만 창문 틀에 작은 풍경을 걸어두었다.

고양이 풍경이다.

일본 여행 갔다 사온 싸구려 도자기 풍경.

무슨 글자인지 모르는 글이 적혀 있는 파란 종이가 실에 매달려 있다.

드러눕다시피 의자를 한껏 재친 후 책을 보는데

팔랑 팔랑

파란 종이가 흔들리며

들릴 듯 말 듯

풍경 소리가 들렸다.

책을 내려놓고 한참을 팔랑거리는 풍경에 매달린 파란 종이를 바라보았다.

아...

엄청 좋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처음 창문 틀에 풍경을 달아놓을 때만 해도

이 곳에서

때-대--댕 .. 댕..

풍경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

그러면서도 창틀에 풍경은 걸어두었다.

오늘 그 풍경이

나를 보듬어 주었다.

 

가을 참 좋은 계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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