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가느다란 실이라도 잡아당겨 확실하게 잇는 법이다. (p.10) 잡아당기는 것은 나의 의지. 인간의 의지가 있어야 마무리되는 것이 운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조르고 또 조르고... 끝까지 우겨보고 싶어서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람의 등을 보았다. 그의 스웨터와 가방 같은 것들이 되어 늘 따라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했던 시절. 그럴 수 있다면 이렇게 괴롭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같이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간절했다... 차라리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처절한 갈망은 채워지는 일이 없었다. (p.18) 사소한 몸짓도 살짝 닿은 손도, 모든 게 아프고 고통스러울 만큼 좋아졌다... 올려다보았던 동그란 달을 지금도 기억한다. (p.19-20) 기억한다.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