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엄마그 순간 언젠가는 우리에게 이런 평화가 일상이 되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은퇴하고, 아이들도 독립해서 자기의 삶을 살 때가 오면 말이다. 조용히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바람 때문인가 보다 싶어 문을 닫으러 가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처럼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오미가 문 바로 안쪽에 들어와 꼼짝도 않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얼굴에 처음 보는 표정이 서려 있었다. 무언가에 완전히 정신이 팔린 모습이었다. 눈길은 아래로 향해 있고,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잠시 나는 애가 무언가를 세고 있거나, 어쩌면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고 애쓰고 있겠거니 싶었다. pp.124-125 자신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