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화요일이면 혼자서 혼다 이인승 오픈 스포츠카(그린, 매뉴얼 시프트 모드)를 몰고 다마가와를 건너 가나가와 현에 있는 아울렛 쇼핑물에 갔다. 그 쇼핑몰에는 갭이며 토이저러스, 보디숍 같은 대형 점포가 있었다. 주말이면 너무 혼잡해서 주차 공간을 찾기도 힘들지만 평일 아침 시간은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쇼핑몰 안의 큰 서점에 들어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사 들고 서점 한 귀퉁이에 마련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항상 그가 화요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우연 여행자 p.21)
"하지만 당신을 만난 덕분에 지난 일주일 동안 가슴 두근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런 감정 느낀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쩐지 십대 소녀로 돌아간 것 같아서 즐거웠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덕분에 미용실에도 가고 단기 다이어트도 하고 이탈리아제 속옷도 사고......"
"돈을 펑펑 쓰게 했군요, 내가."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마 지금 내게는 그런 것이 필요했을 거예요."
"그런 것이라니, 무슨?"
"내 감정을 뭔가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것." (우연 여행자 p.28)
"계기가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나는 그때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매우 흔한 현상이 아닐까라고요. 즉 그런 류의 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대부분은 우리 눈에 띄는 일도 없이 그대로 흘러가버리죠. 마치 한낮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희미하게 소리는 나지만 하늘을 올려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 시야에 일종의 메시지로서 스르륵 떠오르는 거예요. 그 도형을, 그 담겨진 뜻을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그리고 우리는 그런 걸 목도하고는, 아아.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참 신기하네, 라고 화들짝 놀라죠. 사실은 전혀 신기한 일도 아닌데. 나는 자꾸 그런 마음이 들어요. 어떻습니까, 내 생각이 지나치게 억지스러운가요?" (우연 여행자, p.41-42)
그녀는 피아노를 치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이다. 건반 위에 열 개의 손가락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툭 트였다. 그것은 재능이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도 아니다. 아들도 아마 파도를 타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라고 사치는 상상했다. (하나레이 해변 p.70)
"네, 좋아해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내 천직이에요. 그것 말고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직업이라는 것은 본래 사랑의 행위여야만 해요. 편의상 하는 결혼 같은게 아니라."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모양의 돌 p.152)
총 5편의 단편. 우연 여행자, 하나레이 해변,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시나가와 원숭이
모두 시작하자마자 한 두 문단만에 흥미가 훅~ 일어난다.
그리고, 곧 바로 걱정한다.
단편인데...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가서 마무리 지으려고...
괜한 걱정이었다.
그냥 끝낸다.
허무할 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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