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나만 몰랐던 매력

쫌~ 2017. 2. 14. 13:59

학교는 귀신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철근 콘크리트의 사각 건물이다.

온 세상에 꽃이 피고 운동장에 따가운 햇볕이 하루종일 비춰도 학교 안은 늘 써늘하다. 

그나마 아이들이 있는 시간은 그나마 온기있는 먼지들로 서늘한 기운이 덜 느껴지지만 아이들이 하교 한 후 학교는...

여튼

학교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았지만 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는 주인공이 보건교사여서... 학교에서 학생들도 교사들도 좋아하는 공간이 그나마 보건실이 아니던가(?) 

결론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작가의 가르침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읽는 재미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라는 공간이 흥미진진한 곳이 되었고

퇴마사, 교사, 기타 교과 담당, 사학, 재단 관련자, 수직적 교사 관계 등 찝찝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가볍게 슬쩍 지나간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나도 나의 즐거움을 위해 학교에 가겠다.


문득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마음의 한 부분이 잠시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였다. 은영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하고 고된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은영의 능력에 보상을 해 줄 만한 사람들은 대개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좋지 않은 일에만 은영을 쓰려고 했다. 아주 나쁜 종류의 청부업자가, 도무지 되고 싶지 않았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자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p.117)

아무도 교사가 매력을 활용하는 직업이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으므로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애초에 매력 있는 학생이 자라 매력 있는 선생님이 된다는 걸 왜 몰랐을까. 학생 때도 학교가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교사가 된 스스로가 한심했다.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분명히 간절하게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되고 나니 2년 만에 그 간절함의 이유를 까먹고 말았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세 살 어린 자신의 멱살을 잡고 왜냐고 묻고 싶은 기분이었다. (p.131)

"왜 사이가 안 좋지?" 한아름은 약간 속상했다. 새끼 오린들이 많이 태어나면 귀찮아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귀여울 것 같았기 떄문이다. "샘 같으면 아무하고나 한 방에 집어넣은다고 눈이 맞겠어요?" 언제 왔는지 보건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제일 잘생긴 수컷으로 골라 온 건데요?" "기가 약해. 약해서 안 되겠는데요." (p.139)

체념하고 오리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p.141)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거절도 할 줄 아셔야 해요. 과도한 업무도 번거로운 마음도 거절할 줄 모르면 제가 아무리 털어 봤자 또 쌓일 거예요. 노, 하고 단호하게 속으로라도 해 보세요. (p.213)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p.265)


학교 가기 싫어하는 내 주변 친구들에게 권했다. 그들도 그들의 즐거움으로 아침마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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