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아무도 조르지 않는다.

쫌~ 2017. 12. 21. 01:09
아무도 나에게 조르지않는다.
한 번 더 요청하는 법이 없다.
이게 뭐라고
춥고 버려지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한없이 가벼운 빈 말로
돌아서는 나를 붙잡아 세운 한 마디가
하루 종일
기뻤다.
누군가 나에게 조른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며
아무도 나에게 조르지 않는다고
속상하다 말하던 나에게
나의 여지 없음과 조르는 것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나의 말에는 여지가 없단다.
그래서 조르지 못한다고...
조르는 것을 싫어하는 티가 역력하단다.
그래도
내게 쫄라. 우기고. 떼쓰라고.
다른 곳에서는 못하는 거지만 나하고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하면 좋겠다고...
눈치보지 않고
네 마음대로
네 마음대로 하지 않으니
난 네 눈치를 본다.
네가 조르지 않으니
나도 조르거나 떼쓰면 안되는 것 같다.

"내가 조르는 것은 조르는 것이 아니구나?"

조르고... 떼쓰고... 우겨도...
그게 짜증나고 진 빠져도
쉬이 버릴 수 없는 사이이고 싶다.
가족이 아니니
짜증나고 귀찮아지면 버려지겠지
안전한 관계라는 인증서 같은 것이
내게는 조르고 우기고 떼쓰는 것이네.
내가 싫어하는 행동.
쉬이 지치고 귀찮아지는 행동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관계임을 증명해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묻는다.
내가 중요해?
내가 제일 중요해?
내가 보고싶은거야? 신경쓰이는거야?
...
대답의 내용은 별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나의 저 지리하고 짜증나는 질문에
못들은 척 다른 이야기 하지 않고
답해주는
그리고, 짜증내며 귀찮은 티를 내는
그 순간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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