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소

가을 엽서

쫌~ 2012. 10. 5. 11:58

너무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실은 더 많이 신경쓰고 조심해야 될 터인데

관계를 가꾸어 나감에 많이 거칠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꽤 많은 시간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보냈습니다.

마음의 벽이 두터워지는 것이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닐진대

마음이 게을러 내가 해야할 몫을 시간에게 미뤄둔 듯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너무 추워서...)

바쁜 생활 속에서 종종 (정말 자주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지만...) 뭐 하고 잘 지내고 있으려나 궁금해지는데

막상 전화를 하거나 안부의 문자를 넣는 일은 망설여져서... 괜한 소심함 덕에 정말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안부 정도만

묻고 답하는 대화가 되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살짝 싫어지지만... 아닐것이라고 다독이며

봄에 충동적으로 계획도 없이 자전거 한 대를 장만했습니다.

집이 좁아서 자전거 한 대가 들어오니 좀 버겁고, 타러 나가기 전에 이런 저런 점검을 해야하는 일이 귀찮기도 하지만

막상 패달을 밟고 있으면 바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갈 때에는 바람이 부는 지, 길이 울퉁불퉁한 지, 골목 골목 뭐가 있는지 잘 모르고 지나가는데

희안하게 그 빠른 자전거 위에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소한 것들을 느낄 수 있어. 괜스레 웃음이 납니다.

(어쩌면 자전거와 엔진이 비루하여 속도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아 가능한 일일지도...)

별 이야기는 안하지만 오랜만에 눈치 보지 않고 떠들어대는 당신과의 수다에도 저런 즐거운 웃음이 납니다. 아마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요?

가끔 밑도 끝도 없이 욕 하고 싶거나 원인불명의 감정 상태로 마음이 불안정하거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나에게 말을 걸어 웃고, 울고, 욕을 하더라도... 어떤 설명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그러했듯이

상투적인 것 같지만 아주 오랜만에 당신을 생각하니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건강하라고... 밥 잘 챙겨먹으라고...

엽서치고는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더니... 나이는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이 참 슬픕니다.

(지금 저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어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들의 생길지라도 과거를 자책하거나 나를 상처 입히지 않고 즐거이 외양간을 고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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