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수락산(8.21.)

쫌~ 2022. 8. 30. 11:24

잘 생긴 산.
산에 갈때마다 그 산의 호랑이(고양)들을 만나곤 하는데... 수락산 정상에서 만난 호랑이는 너무나 애기여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락산 애기가 수락산 호랑이로 잘 자라주면 좋겠다. 배낭에 사료랑 간식을 상비해둬야겠다. 수락산 공영 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전날 늦게 잠들어서 컨디션이 안좋아 갈까말까 망설이다 9시쯤 도착했다. 청학밸리리조트에 놀러 온 사람들로 이미 주차장은 만차 직전.
(2코스) 옥류폭포 - 은류폭포(내가 본 것이 은류폭포인지는 잘 모르겠음) - 금류폭포 - 내원암 - 수락산장(약수터) - 정상 - (3코스) 철모바위 - 코끼리바위 - 치마바위 - 전망대 - 주차장 (엄청 멋진 바위들을 보고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뭐가 철모바위고 코끼리바위인지 모름. ㅠㅠ 치마바위... 와!!! 이거 치마바위구나.)

 맑고 시원해 보이는 계곡이 올라가는 내내 보여서 너무 좋았다. 내려오면서(등산로 확인도 해놓고는 이 계곡을 타고 내려온다고 생각했었다. ㅠㅠ) 꼭 저 계곡에 들어가리라 다짐하고 그 시간을 고대했는데... 치마바위냐 계곡이냐의 갈림길에서 바위 구경을 택했고... 계곡은 bye bye  

한 두 시간 눈 붙이고 나온 것이어서 숨 쉴때도 몸이 힘들다고 잘한 짓인가 그냥 집에서 쉴 것을 괜한 짓을 한건가라며 걷다가 눈에 들어온 저 모습에... 정말 잘 왔다. 나오길 너무 잘했다. 라며 태세 전환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 0.001초. 

하지만 곧 만나게 되는 계단 지옥. 다양한 종류의 계단을 끝도 없이 만난다. 그래도 무늬만 계단 (한 칸의 높이가 너무 높아 당황스러운)인 계단은 별로 없다.

내원암으로 가는 길목에 잘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은류폭포. 표지판 아래에 은류폭포에 대한 이야기와 나름 위치 정보도 함께 알려준다.

내원암 가기 전에 만나는 결정의 순간. 빠른 길은 경사가 심하다. 어차피 올라가는 것은 다 힘드니 조금이라도 짧게 힘들겠다며 급경사 구간을 선택했다. 중간에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속출하지만 멈추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것 같기도 하고 저 돌계단 어디에도 엉덩이 붙이고 앉을 공간이 나오지 않아 계속 발을 옮겼다. 처음 급경사 구간에 발을 들이 밀었을 때만 해도 금류폭포의 멋진 모습이 폰으로는 다 담기지 않아 아쉽다며 꽁시랑 거렸는데... 점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되었다. 끝이 보이지만 힘을 더 낼 수 없어 그냥 그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로 구간 클리어. 

수락산의 멋짐에는 산 중간 중간에 먹거리 파는 곳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삶은 계란이랑 라면도 먹고 싶었고, 전도 먹고 싶었지만 안그래도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배까지 가득차면 더 힘들것 같아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곳에서 먹어야지 다짐했다. (교훈. 그냥 보이면 먹어야 한다. 다음을 기약하지 말자.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든데 입이라도 즐거우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내원암 도착. 내원암 내부 좌측으로 가면 된다. 화장실도 해결할 수 있다. 숲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시원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계곡 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냥 이 곳에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여름산이다. 여름산. (이 말을 백 번쯤 한 듯)

수락산에서는 다른 산들보다 쓰레기를 많이 봤다. 약수터(수락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뭔가 담을만한 것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산행 때, 쓰레기 줍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제까지 갔던 곳들은 쓰레기가 없어서 그것이 기본값이라고 착각했었다. 수락산 너무 멋진 산인데 쓰레기가 많았다. 다음 번 산행때는 꼭 쓰레기를 주울 도구와 담을 봉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오자마자 배낭에 넣어두었다. 

마지막 고비. 하산하던 분이 위에 올라가면 애기 고양이가 있어요. 라고 알려주셨다. 정말 애기 호랑이였다. 너무 애기여서 꽁치즈를 대할때마다 녀석이 떠오른다. 잘 자라서 멋진 수락산 호랑이가 되길 바란다. 

드디어. 정상!!!

정상석이 2개. 

산에서 산을 보면서 다음 주에는 저 산을 갈까? 생각하다니...

하산하는 길. 바위 구경하고 내려가고자 계곡을 버렸다. 너무 아쉬워서 내년 여름엔 꼭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발도 담그고, 수박도 먹을 예정이다.

치마 바위를 제외하고는 이 바위가 무슨 바위인지 저 바위가 무슨 바위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이 중요한가... 저렇게 멋진 모습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데... 가서 봐야안다. 

하산길에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습. 전망대 표지판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여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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