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이 당겨 이틀 맵디 매운 맛난 것들을 먹었더니 새벽부터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다가 어느 정도 배가 진정되자마자 천마산에 가고자 집을 나왔다. 나와서 차에 타자마자 빗방울이 두둑두둑 떨어지며 제법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포기하기는 뭔가 아쉽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불암사로 네비를 세팅하고 유턴!
불암사에 도착하니 비가 잦아들기 시작. 걸어가며 마스크를 벗자마자 훅 들어오는 나무 냄새, 흙냄새, 풀냄새, 돌냄새들에 슬슬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석천암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훈)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로 가자.
분명 길처럼 보여서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길이 아니라고 돌아가라하고, 길이 아니어서 돌아가고... (등산 관련 블로그나 영상을 보다 보니... 이렇게 길을 헤매어서 돌아가는 것을 알바라고 하던데... 오늘의 난 아르바이트하러 길을 나선 듯)
돌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넓은 바위, 석천암, 호랑이 유격대 동굴들을 만날 수 있다. 애매한 시간대여서 그런지 정상까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오르면서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럽고 걱정이 되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무에 묶인 리본들을 보게될 때면... 아... 제대로 가고 있구나. 저 방향으로 이동해야겠구나. 라며 엄청 안심이 된다. 예전에는 저런 산악회 리본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매어두는 거지라며 못마땅하던 때도 있었는데... 가뭄의 단비 같은 표식이다. 이미 이 길을 걸어가며 나와 같은 산길치를 위해 흔적을 남겨둔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저런 표식을 보고도 길을 잃는 놀라운 능력자도 세상에는 존재한다. ㅠㅠ)
누가봐도 너무나 등산로 같다. ㅎㅎㅎ
출발할 때는 비가 좀 왔는데... 정상에 가까워지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쾌청한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신나게 내려가다 보니... 분명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건데 처음 보는 풍경들을 만났다. 올라갈 때는 길을 잃었어도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는데.... 내려갈 때는 길을 잃어서 저 아래에 보이는 절 지붕만 보면서 내려갔다. 이게 화근이었음. 그냥 뒤돌아서서 정상으로 향해 올라가다가 아는 길이 나오거나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었어야 했다. 그냥 내려가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저 바위를 타고 내려가다가... 팔 다리를 모두 사용해서 버텨야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발도 움직일 수 없고, 손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까 난감했으나... 그나마 긴 바지를 입고 있어서 바지를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없이 눈에 익은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산에 안 오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랑 같이 와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신기한 하루였다.
오늘의 내 원 픽! 서로 의지하고 있던 도토리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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