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웠을까?
그 자체로 충분했던 섬(시라쓰나지마...는 작은 섬마을이 아니다.)이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 지금.
그 때의 기억을 안고 있던 사람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단편(?)처럼 들려준다.
마음이 쉬이 담기지 않아 지루하다고 느끼던 차에
돌십자가와 빛의 항로를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학교 이야기.
p.246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담임 말에 의하면 반 아이들은 모두 시호를 친절하게 대했다고 한다. 분명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에 찔렸겠지. 그렇다고 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건 아니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성가신 기색 없이 함께 가꾸며 모종을 심고 매일 거르지 않고 스스로 잡초를 뽑고 물도 주며 관찰일기도 썼다. 옮겨오기 전보다 말수도 늘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작업하기도 했다. 애써 학교에 가보자는 말은 않기로 했다. 당분간 둘이서 이런 생활을 이어가 보자고 생각했다.
p.240 아빠는 자살했어. 엄마는 자기 탓이라며 목 놓아 울었어. 어째서 그게 엄마 탓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 엄마는 맞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래도 지칠 대로 지친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해서는 안 됐다면서 가슴을 쳤어. 나는 그 말이 알 듯 모를 듯했어. "힘내라"는 응원의 말인데.
p.258 그런 황당한 일을 당했는데도 문병을 가자 선배의 표정은 평소보다 편안해 보였다. 내가 자살하면 해결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러니까 이번 사고는 자업자득인 셈이지. 이걸로 당분간은 그 부모한테서 해방이야.
p.259 같은 아동을 맡았던 나와 선배에게 교사로서의 자질 측면에서 차이는 없다. 운 문제일 뿐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도망치고 싶어하던 그 교사처럼 나도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텅 비도록 마음을 쏟아 부어도 족할 수 있는 있는 아이들을 앞으로 또 있을까?
내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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