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픈

싫지만 어쩌겠는가

쫌~ 2017. 5. 15. 11:57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p.10-11)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그게 너희 가족 수준이야. 서양 부모들이 이런 상황에서 똑같이 행동할까? 안 그럴걸? 서양 사람들은 자식의 이성 친구들에게 최근에 본 영화가 뭔지, 음악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혹시 재즈는 좋아하는지를 물을 거야. '누구를 좋아한다고? 나도 되게 좋아하는데. 공연 가 봤어?' 그럴 거야." (p.82)

"한국 애들은 제일 위에 호주인과 서양인이 있고, 그다음에 일본인과 자신들이 있다고 여기지. 그 아래는 중국이, 그리고 더 아래 남아시아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데 사실 호주인과 서양인 아래 계급은 그냥 동양인이야. 여기 사람들은 구별도 못해. 걔들 눈에는 그냥 영어 잘하는 아시안과 영어 못하는 아시안이 있을 뿐이야."  (pp.85-86)

"저 여자는 너를 부당하게 대했다고. 그런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이런 게 바로 텍사스식 대처법이구나. 부럽다. 나한테는 익숙지 않은 일이라." "이건 텍사스식이 아니야. 글로벌 스탠더드야." (p.115)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태워 줘서 하와이에 왔다면? 언제 또 누가 자기를 헬리콥터에 태워서 다시 남극으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난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p.160)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내가 외국인을 밀치고 허둥지둥 지하철 빈자리로 달려가면, 내가 왜 지하철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빈자리를 찾는지 그 이유를 이 나라가 궁금해할까? 아닐걸? 그냥 국격이 어쩌고 하는 얘기나 하겠지. 그런 주제에 이 나라는 우리한테 은근히 협박도 많이 했어. 폭탄을 가슴에 품고 북한군 탱크 아래로 들어간 학도병이나, 중동전쟁 나니까 이스라엘로 모인 유대인 이야기를 하면, 여차하면 나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눈치를 줬지.  (p.170)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이야기라기보다 ... 뭐랄까?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는 듯한... 재미가 없지는 않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는... 그럴 듯한 이야기... 라는 느낌이 싸~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그런 재미를 이 책에서는 찾기 힘들다.

진짜 같은 거짓말. 

책의 구절 몇 군데를 발췌했지만... 이 책의 모든 문장마다 공감 백배였다. 

주인공 계나는 행복의 주체인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에게 맞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했다.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의 주체를 나로 두고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야 엉뚱한 문 두드리지 않겠지...

직장이 싫어서... 싫지만 어쩌겠는가... 난 행복을 나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주체로 생각해왔으니... 

내 행복에 대해 생각해야겠지. 

고기도 먹고 싶으니 싫지만 어쩌겠는가...



'들려주고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게 보편이라니...  (0) 2017.05.24
분노  (0) 2017.05.22
재수의 연습장  (0) 2017.05.11
중국인 이야기  (0) 2017.04.27
tooth and nail  (0) 2017.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