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라면 박람회

쫌~ 2017. 9. 10. 09:58

일요일 아침

어제 쇼핑을 하면서 옷 치수를 하나씩 다 올려서 사야만 했다.

물론 운동을 안 한지도 오래되었고 노상 인스턴트만 찾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도 좀 속상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 옷을 발견하고는 치수가 클지도 모르겠다며 옷을 입었는데... 정말 맞춘듯이 맞았다.

서른을 맞이할 때, 입으로는 싫다고...싫다고 했지만 마음이 힘들지는 않았는데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은 속이 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이 먹고 싶어 라면을 사러 나갔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봉지를 들고 오다가... 아침부터 라면을 먹는다는 것이 어째 꺼림칙하여

백수시절 아침 운동을 하던 곳으로 걸어갔다 왔다. 

땀이 살짝 나기 시작하니 달리고 싶었는데... 라면 봉지가 달랑거려서 달리기가 쉽지 않더라... 

라면 먼저 사기를 잘했군. 핑계 삼아 기분 좋게 걷고 들어왔다.

들어와서 바로 눕지 않고, 라면도 끓여 먹고... 심지어 설거지를 하고 끓였다. 

거기에 그릇에 옮겨 담아 먹었는데...

눈물이 났다.

엎친데 덮친다고 라면에서 밀가루 냄새를 맡았다. 한동안 라면은 못 먹겠다.

라면 박람회가 어제부터 내일까지 열린다. 코엑스에서... 250여개의 부스가 있다고 한다.

라면 박람회라니... 기가막히는군.

하지만 가지않겠지...


그렇게 살았다.

마흔까지 

나중에

not now

좀 아쉬워도 이게 나다. 게으름을 멋지게 장착하고 있는 나다.

마흔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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