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You are my person.

쫌~ 2017. 9. 28. 15:19
도둑맞아 어수선한 내 집에 앉아

나는 왜 그 흔한

언니 하나 없는 걸까,

무섭다는 말도 무서워서 못하고

이불 둘둘 말아 쥐고 앉아서

이럴 때 느티나무 정자 같은

언니 하나 있었으면.

아프다고, 무섭다고, 알거지가 되었다고

안으로 옹송그리던 마음

확 질러나 보았으면.

언니,

부르는 내 한마디에

물불 가릴 것 없이 뛰어와 주는

조금은 무식한

아무 때나 내 편인.

 
- 손현숙의 관계-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모르는 척하고 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눈에 보일때는 쉽다. 그것만 안하면 되니깐...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는 느낌만 들때는 참 답이 없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불편하고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하니...
글자 그대로 환장한다.

몇 해전 그런 나를 일상과 떼어놓음으로 문제로부터 도망쳤다.
어려서부터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라 배워왔고 
오랜 시간동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들을 익혀왔다.
물론 도망쳐도 된다. 
문제를 외면해도 된다.

내가 일상에서 나를 떼어놓는 방법은 관계에 집착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방법이어서
시도 때도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새로 찾은 방법은 드라마 시청이었는데...
완전 잭팟!
비생산적이라는 죄책감에 조금 시달려야 하지만 관계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훨 안전하다.

그 당시 닥치는대로 보던 드라마 중에
그레이스 아나토미는
드라마라고 하기엔 매 시즌 충격적인 에피소드와 예고없이 아무나 죽이는 터라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박 꼬박 챙겨보고 (크리스티나가 떠날 때, 정말 짜증내면서 나도 떠났지만 다시 돌아갔다...)
여튼
크리스티나가 떠나는 완전히 떠나는 시즌에서 메러디스에게 하는 말이다.
"You are my person."

어느 나라 말로 해도 멋진 말이지만
꼭 저 말을 사용해서 하고 싶은 말이다. 

구구절절 다른 수식어는 다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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