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

짜증남

쫌~ 2022. 3. 3. 19:27

그저께 손에 가시가 박혔는데 그냥 냅뒀더니 오늘 아침에 가시가 더 들어가서 뺄수도 없게 되었더라. 냅두려는데 오후가 되니 빨갛게 붓고 스치기만해도 욱신거리길래 좀 짜증이 났다. 서랍에서 압정핀을 꺼내서 가시를 빼려고 하는데 눈이 잘 안보여서 계속 다른 곳을 찌르고 살을 뜯었다. 가깝게 보려고 고개를 숙이면 초점이 더 나가고 어지럽길래 멀리서 놓고 보면 거리감각이 떨어지고... 노안이구나. 싶었다. 안경을 벗고 최대한 가까이 고개를 숙여 가시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안경이 키는 아니었는데 뭐 노안은 확인된 듯. 가시를 빼내고 나니 핀으로 헤집어 놓은 곳이 아팠다. 미묘하게 다른데 하나는 짜증이었고 하나는 아픈거였다. 뭔 차이지?

몇일 전부터 연습했던 말들이 있다.
가볍게 안부와 근황을 묻고, 신학기에 할 수 있을 법한 몇 가지 이야깃거리로 경쾌하게 통화하려고 했다. 실은 연습도 잘 안되긴했다. 반응을 예상하는 순간 와장창. 전화를 안받으면, 쎄하면, 아무렇지도 않으면 뭐 적으니까 더 싫으네. 왜 저런 반응인지를 보지도 듣지도 않았는데 마치 보고 들은 것처럼 느껴지고... 얼핏 또라이 같이 생각되어서 흠칫했는데. 통찰력일지도 모른다. 난 가끔 무지하게 똑똑한데 꽤 집중해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부분이니...

뭔 생각인지 용기를 좀 내서 전화를 했다. 경쾌하게 이전 직장 동료로... 말 많고 가벼운 동료로 전화했는데
목소리를 듣자 아무 말도 안하고 싶고 그 빨간 펜으로 적은 거 읽어주고 싶고 연습했던 가벼운 멘트가 하고 싶기도 하고 뭘 어쩌나 싶은데
목소리가 듣기에 좋았고,
내가 연습했던 경쾌한 대화도 아무렇지 않게 줄줄 이어가고,
저녁 타령까지

근데 짜증이 났다.
잘 지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조금은 들었는데,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 당연함에 짜증이 났다.
지가 불편하고 신경쓸게 뭐 있겠어.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확인하니
짜증나네.

밥타령
언제
나오는 타령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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