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갈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을 오르면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정상에 도착하면 위험하구나라는 생각과 도착했구나라는 안도감이 있지만 뭔가 엄청 좋은 것은 아니다. 등산을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다시 내려가는 과정이다. 오르는 내내 생각한다. 다시 이 길을 돌아와야하는데... 정상에 가까울수록 마음이 더 초조하고 무거워진다. 돌아갈 길이 더 늘어나니... 그러면 깔끔하게 뒤돌아 내려가면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간다고? 라는 마음에 질질 끌려가는(누가 잡아끄는 것도 아닌데)냥 앞으로 향한다. 그러니 뭐가 좋겠는가. 등산이 좋은 이유가 단 하나도 없으면 안해도 되는 일이다. 나에게 의무가 있는 행위가 아닌데 하고싶어한다. 동경인가? 가벼운 발놀림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은 없으니 동경은 아닌 것으로.
짧은 시간에 많이 힘들어서 좋다. 달리기도 짧은 시간에 많이 힘들지만 쉽게 멈출 수 있는데, 등산은 거기 주저앉아 있을 수 없으니 어찌되었든 계속 힘이 들어서 좋다. 다리도 무겁고 등도 아프고 숨도 차고 머리도 아프다. 더하여 마음도 괴롭다. 이렇게 힘든 길을 또 다시 지나가야한다는 것에... 지금 앞으로 가면 이따 더 많이 걸어야하니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도 무거워진다. 그래서 좋다.
요즘 산 가운데 있는 것 같다. 그냥 내려가면 되는데 쓸데없는 의지를 보이고 거기 앉아있다. 꾸역꾸역 올랐는데 정상도 어딘지 모르겠고 일단 주저앉아다. 이 방법이 맞는건지 이 길대로 가면 되는건가를 고민했었다.
밤새도록
편지 한 줄을 적을수가 없었다.
할 말이 많다. 하고싶은 말이 수만가지인데 하나도 적을 수 없었다.
흉곽에 심장이 부풀어서 꽉 찬 느낌이다. 그래서 숨 쉴때마다 폐가 커지면서 심장이 갈비뼈에 찔려 아릿한 느낌이다.
그냥 내려가는 법도 배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