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면 늘 발 아래를 내려다본다. 현관문 앞에 꽁치즈가 바짝 다가와있기에 문 밖으로 뛰어나갈까 걱정되고, 현관문을 빨리 닫으려다가 아이들 발이 문에 끼일까봐 걱정되어서 문을 열면서 아래를 보고 애들을 발로 살살 밀어 들여보낸다.
오늘도 역시나 문을 열고 고양이들과 실갱이를 하는데 이상했다. 커튼 뒤로 불빛이 보였고 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가만히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어쩌지? 전화해야하나? 누구한테? 거기서 생각이 멈췄다.
지금 생각하면 동생에게 전화했어도 되고, 당장 달려올수 없는것은 매한가지니 통화되는 누구에게라도 전화했어도 되는데...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
한동안 서 있다가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다가 테레비전을 켰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똑똑이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넷플릭스 셀럽은 회의중이었는데, jtbc를 켜려면 셋톱박스 리모컨을 이용해서 셋톱박스를 켜야하고, 텔레비전 리모컨으로 테레비를 켠 뒤에 테레비 포트로 연결을 바꾸기 위해 화살표 버튼을 누르고 확인 버튼을 눌러야한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져서
좀 많이 무서웠고
집에 들어와서도 거실에 2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있다가 정신차리고 우리 똑똑이들을 칭찬했다.
머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저린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 우리 고양이들 오늘 정말 신나게 놀았구나.
지금 다시 기운 빠지게 된 이유는...
고작 네가 없다는 생각 하나에 이렇게까지 아무 반응 못할 일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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