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4일 (날짜를 쓰고보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함이 없을 날짜였군.) 흔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경험한 하루였다. 예전에 비슷한(실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일이 떠올랐다는 것에서 같은 범주로 인식하고 있다.) 일이 있었다. 화장실의 마지막 휴지를 사용하고, 갈아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잊었다. 그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서 변기에 앉자마자 아... 휴지하고 탄식했는데, 휴지걸이 휴지가 걸렸있던 일이 있었다. 변기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바로 전화기를 들어 조잘조잘 이야기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되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듯. 무슨 일이라도 다 공유하고 싶어서(공유받고 싶어서가 더 가까운 마음)... 저 때의 난 내가 휴지를 걸어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엄청난 확신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더 소름끼치게 무서운 일 같구만. (이 생각은 내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저 이야기를 했을 때, 누군가 한 이야기이다. 저 관점 자체에 반짝했던걸까? 저 이야기를 했던 사람의 후광효과였나?)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무섭고 긴장되고 그런데 말하고 싶은 마음이 안생긴다. 재미가 없다. 누구를 떠올려도 뭘 하고싶은 마음이 안생긴다. 그냥 좀 기분이 우울한거겠지.
말이 안되잖아. 모든 욕구를 다 던져둔거면.
이번 주에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음을 다 읽을 때까지도 몰랐다. 기록을 해놓으려다가 알게되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내내 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심지어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후기(?)까지 남겼던 책인데... 아마 책을 다시 읽지 않았다면 그 때 적은 리뷰를 보고는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이렇게 불안정한 기억력을 확신하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