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갑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순간 앗! 내가 왜 안살가워? 라고 따지고 싶었다. 그냥 누군가가 아니라고 하니까 오기가 생겨서 그런 것인가?
나는 살가운 사람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도 살갑고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다정하고 따스하냐. 살갑냐. 하는 것들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그건 지 생각이고 본인 마음이니까...
하.지.만.
갑자기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 살가운 사람이야?"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정확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연락처를 쭈욱 올려보는데... 도대체 나를 잘 안다는 사람은 누구일까? 누구한테 물어봐야하지? 이게 이렇게 막막할 줄이야. (욕, 욕, 욕)
어차피 나를 잘 아는 것은 나니까. 제외하고 그냥 내 파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아무에게나 다 물어보지 뭐.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 되는거지. (그래도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었다. 뜬금없이 연락해서 저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지 않나?)
어제 밤 늦은 시간에 톡을 보내는 것이라서 이 시간까지 안자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물어봤다.
ㅋㅋㅋㅋ 의외의 대답. "어." 가타부타 설명은 없는 저 간결한 대답. (여기서 알수있다. 이 새끼도 나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나는 살갑냐라고 묻길래. "어." 라고 대답.
그러다가 넌 살가운게 뭔데? 라고 물었더니.
잘 챙겨주는 것이 살가운거 아냐? 너는 살가운게 뭔데? 라길래
표현을 잘 하는 것이 살가운거 아냐?
ㅋㅋㅋㅋㅋ
뭔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서로 그렇다고 대답해줬으니.
반전은 옆에서 그 카톡을 보고 있던 친구 남편이... 너희 둘 다 살가운 사람들 아니야. 살가운 사람은 친하게 구는 사람들이잖아. 라는 말을 했다는데...
듣자마자 나 바로 수긍했다. 그래. 나 살가운 사람 아니지. ㅋㅋㅋ 너도 아니잖아.
아침에 동생에게 (핏줄이니까 한 번 물어는 보자 싶었던거지) 물어봤는데... 1초도 안되어...
아니. ㅡㅡ,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옴.
언니 주변에는 살가운 사람이 없어. (내 동생이 생각하는 내 주변 사람은 딱 2명이다. 그런데 난 그들이 살갑다고 생각했는데...ㅋ)
우리 가족들도 살갑지 않아서 언니는 경험이 미천해. 살갑다가 뭔지 모르는거지... 라는 대답을 줄줄 하더라. (저런 설명을 붙이는 것 보니까 저 자식은 좀 살가운 편인 것 같다.)
내 주변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기도 하고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 내가 살갑다고 하더라. 친절해서... 다정해서... 말을 잘 들어줘서... 라는데
웃긴것은 나는 저 이야기들에 수긍하지 않았다는 것. (저 사람들은 날 잘 모르네 ㅋㅋ)
재미있는 것은 뜻이 분명한 단어지만 각자가 느끼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서
나는 살가운 사람이 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으면서 생각이 명확해졌는데
나는 네게 살가운 사람이 되고 싶다. 살가운이 다정함이 되기도 하고, 필요함이 되기도 하고, 재미있음이... 궁금함이 되기도 한다.
그냥 네게 모든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