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나도 제대로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이대로는 아쉬워. 계속 생각이 나."
그전까지 막연하게 생각해 오던 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자 좀 더 확실해졌다. 태양이는 엄마에게 말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말하고 있었다. p.34 (스타트)
에이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주장이 된 지금까지, 두 사람의 수영 역사는 함께 흘러왔다. 물속에서나 밖에서나,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나루 옆에는 승남이가 있었다. 그런 승남이가 처음으로 나루에게 등을 돌렸다. 나루는 서운한 마음에 자신이 승남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루가 우승이 간절한 만큼, 승남이도 결승 진출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p.42 (스타트)
마음을 쏟은 만큼 눈물이 많이 난다. 나루에게는 수영이 그랬다. 수영에 대한 버들이의마음도 나루만큼이나 크면 컸지,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루는 그걸 알기 때문에 언니가 미워서 화가나도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p.58 (스타트)
태양이는 그제야 엄마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대회에서 본 수영부 아이들은 달랐다. 분명히 그 순간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지만,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었다. 감싸고 있는 공기가 달랐고, 스타트대 위에서의 긴장감이 달랐고, 터치패드를 찍고 나서의 간절함도 달랐다. 태양이는 그들이 있는 세상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p.91 (환상의 콤비)
무언가가 확실히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조금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나루가 눈치채지 못할 뿐, 많은 것들이변하고 있을 것이다. p.103 (열셋,열넷,열다섯)
코치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해한 그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대로 된 자세가 몸에 배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이 필요하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어야 시합에 나가도 그대로 할 수 있다. pp.118-119 (사랑의 스타트)
네 사람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서로의 움직임을 똑같이 만들어 보기로 했다. 1번 배영 주자인 세찬이가 스타트대에서 출발 준비를 할 동안, 다음 주자인 동희는 옆 레인의 한가운데인 25미터 지점에 섰다. 세찬이가 자기 속도로 내달려 25미터 지점을 지날 때, 동희도 세찬이 속도에 맞춰서 따라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세찬이가 터치하기 직전 10미터를 어떤 리듬과 속도로 오는지 몸으로 느껴 볼 수 있었다. 세찬이가 시작한 리듬에 동희, 태양이, 승남이가 차례대로 올라탔다. 이어달리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네 사람은 서로에게 분명히 배턴을 건네주고 있었다. p.122 (비밀채팅)
그럼 모두들 나루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코치님, 수영부 친구들, 어쩌면 가족들까지도.
나루는 꿈에서 벌거벗은 채로 시합장에 서 있던 순간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당장 지하철 문을 열고 달려 나가고 싶어졌다. 어디쯤 왔는지 지하철 안내 전광판을 확인했다. 세 정거장 남았다. 지금 돌아가도 늦지 않다. 수영복은 아무 쓰레기통이나 골라 던져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나루는 다시 시합장에 설 자신이 없었다. 다이빙대에 오른 이상, 누군가 밀쳐 떨어지기보다는 스스로 뛰어내려야 한다. p.190 (행운의 부적)
성장 소설이 주는 뭉클함이 있다. 심지어 운동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라면 재.없.없 조합.
나루와 초희, 수영부 친구들, 버들언니와 엄마, 태양이 모두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장이 있는 아이도 있고,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다들 자라고 있다.
읽는 내내 뭔가 하고싶어지게 만드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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