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치악산(10.1)

쫌~ 2022. 10. 20. 14:56

1000m 원정대(?) 결성 소식과 함께 하자는 권유를 가볍게 흘려들으며 남의 일 구경하듯 감배 놀이나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함께 하게 되었다.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들과의 산행이라 지루했던(?) 하산길조차도 재미있었다. 물론 웃음기 하나없는 재미였지만... 

해도 뜨기 전 캄캄한 새벽에 출발하였건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에서 자욱한 안개도 만나고 해가 뜨는 것도 보고 맑은 하늘도 보고 밀려 밀려 가다보니 4시간 넘게 걸려 겨우 구룡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룡-비로봉 탐방코스: 구룡사 - 대곡안전센터 - 세렴폭포(이름 기가막히게 지었구나 싶음. 올라가는 길에 아직 팔팔할 때, 들러서 구경하길 참 잘했다.) - 사다리병창(노래 가사처럼 눈 앞에 보이는 저 계단을 올라 코너를 돌면 끝이 날 것 같이 생긴 오르막이 계속 나온다. 이런 생각을 안하게 되는 그 어느 시점에서야 진정 끝이다.) - 비로봉 - 계곡길(여름이면 좋았겠지?) - 세렴폭포 - 대곡안전센터 - 구룡사 (총 5.7km .... 유명한 코스라서 국립공원 누리집에서 확인도 안하고 갔는데 난이도가 상이더라.)


예상 도착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해서 마음이 급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김밥은 샀어야 했는데... 김밥도 안사고 새벽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햄버거 꼴랑 한 개(감튀도 없이)먹고는 등산을 시작했다. 주차장에서는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 거하게 먹자는 헛(?)소리를 내지르며... 

서서히 노란빛을 띠기 시작하던 은행나무와 가을 하늘이 허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잊게하였다. 국립공원들은 등산로 정비가 정말 잘되어 있다. 걷기 좋고 물도 맑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산길에 쓰레기를 주우며 내려오면 늘 봉지가 묵직하다. 

대곡안전센터에서 마지막 화장실을 만날 수 있다. 입산통제시간을 보면서도 (4월부터 10월까지는 새벽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 외 기간에는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앞으로 얼마나 힘든 길이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다. 
대곡안전센터까지는 걷기 좋은 흙길과 적당한 돌길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옆으로는 맑은 물이 흘러 신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세렴폭포까지는 큰 어려움없이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세렴폭포. 비로봉을 향해 가는 길에서 살짝(아주 살짝) 옆으로 빠져야 볼 수 있는 폭포. 

본격적으로 시작된단다...라고 알려주는 저 문구. 저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보이는 경사가 꽤 되는 오르막 길. 힘들지만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위안이 되었다. 궁시렁궁시렁(욕욕욕)하다가 하늘을 보면서... 와!! 이쁘다. 고개를 떨구고 몇 걸음 움직이면 다시 궁시렁궁시렁...

사다리병창. 치악산을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사다리병창이었다. 다들 힘들다와 사족보행 이야기만 해주었는데 아득한 절벽 이야기는 왜 안해준거냐고... 힘든것보다 무서워서 슬금슬금 소름이 돋는 느낌이...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나지 않는 길을 오르다보면 말등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탁 트인 전망에 가을 하늘과 서서히 붉은 빛을 보이는 건너편 나무들을 보면서... 잠깐 주저앉아 땀을 식히며 금방 도착할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잠깐 쉬면서 다시 신났다. 

저 표지판!!! 산에서 만나게 되는 표지판에 적힌 저 숫자들은 정말 가늠할 수 없다. 저 300m가 ㄷㄷㄷ
계단의 경사가 정말이지... 


무거운 두 다리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움직일 무렵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가을. 

드디어.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돌탑과 비로봉 정상석. 


널찍한 정상에서 조촐한 간식을 먹으며 다음 산행때는 꼭 먹을 것을 잘 챙겨오겠노라 다짐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사진도 엄청 찍고... 그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사진마다 표정이 너무 좋다. 


하산길.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다른 길로 가보자며 계곡길을 선택했는데... 맙소사 크고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길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한참을 걷다보면 중간 중간 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너무 반갑고 세상 걷기 수월하다. 어디쯤인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드문 드문 있어서 너무 답답했다. 길을 잃을까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누가봐도 길이다. 이 길밖에 없다라는 길 밖에 없어서...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꺼져버린 워치. ㅡㅡ 새벽부터 애쓰기는 했지만... 하루를 못 버티면... 삼성! 배터리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애플은 다 내려올 때까지 말짱하던데... 심지어 옛날 옛날 워치도... 

그래도 그나마 데이터는 살아있었다. 배터리 간당간당하지만 살아있던 폰으로 다시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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