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북한산(10.16.)

쫌~ 2022. 10. 26. 15:22

일출 산행에 동참하든가 좀 더 늦게 도착해서 일출 산행 등산객들이 하산할 즈음 도착하도록 하든가...아니면 대중교통인데 실은 역에서부터 꽤 먼 거리를 걸어야해서... 6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제대로 주차할 곳이 없어서 외부주차장(만원)에 주차를 를 하고 조금(약 1km 정도) 걷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백운대 코스(1.9km): 백운대탐방지원센터 - 하루재 - 백운대피소 - 위문 - 백운대 (원점회귀)


유료주차장도 이미 차가 가득. 주차장 맞은 편에 백운탐방지원센터로 가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도로 옆 숲길을 걷다 길이 끝나면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다. 숲길에서 계곡을 보며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그렇지만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더라... 하산길에서는 부러움 폭발!

주차하고 올라오니 7시 30분정도 되었다. 호다닥 올라갔다 내려와서 아점을 먹겠다는 생각에 공복에 움직였는데 또 등산 시간이 늦어지면서... 허기진 등산을 하게 되었다. 화장실 옆에 큰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유기견과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발견하는대로 단체와 연계하여 포획한다고 산에 사는 작인 짐승들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이야기. 산을 오르면서 고양이들을 본 적은 있지만 개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유기견이라니... 2마리를 만났는데 뼈가 앙상했다. 사람을 보고 짖지도 않았고 돌조각들을 씹어먹다 뱉으면서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어떤 마음이어야지 먹이고 함께 생활하며 정을 붙여 온 아이들을 밖으로 내몰수가 있는것일까. 날도 추워지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구하기 힘든데... 후딱 후딱 구조해서 데려가든지... 고양이도 엄청 어린 애들만 만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현수막을 보고도 먹이를 주었다. 금지를 권고하는 이유도 납득이 가서 하지 말아야하는데 싶으면서도 너무 작디 작은 애들이 굶주려 허겁지겁 경계하지도 않고 달려드는 것을 보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오늘 산행에서 만났던 다섯 아이들 중 내년 봄까지 버틸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에 산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돌길(?)이지만 걷기 나쁘지 않은 길들이 이어진다. 아직 가을이 느껴질만큼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 따스한 색들이 본격적인 가을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루재 도착.
하루재에서 만난 호랑이.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올라가는 길에는 하루재에 사람이 몇 없었는데 하산할 때는 하루재에 사람이 그득해서 눈치도 없이 뭐라도 얻어먹겠다고 기웃거리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 많은 곳에는 나와 있지 않더라. 경계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괜한 걱정이겠지라며 불안을 잠재웠다. 하산길에 하루재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정신없는 녀석. 사람들이 많아서 등산로와 떨어진 숲에 사료를 놓아주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여기서 바로 먹겠다며 달려들어 밥을 먹더라... 전부 경계가 없다. 그래도 산에서 저만큼 자랐으니 생존본능이 분명 자리잡고 있겠지. 

하루재를 지나자 본격 가을산을 만나게 되었다. 가을에 단풍을 많이 보면 겨울을 따스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동행한 어린 친구가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잖아. 여전히 춥지...라는 말을 해서 감성 파괴. 

하루재를 지나면서 보이던 인수봉.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나도 등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나이들기 전에 기회를 꼭 만들어보리라. 

인수암. 마당에서 스님을 바라보고 있던 두 마리의 개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하산길에 보니 반대편 마당에는 고양이(성묘) 두 마리가 뒹굴거리며 볕을 쬐고 있었다. 스님 호감도 급상승.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단풍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가을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충분했다. 매.만. (매우 만족!!)

백운대피소를 지나고 암문을 지나면 백운대가 코 앞인데... 와아... 정말 좀 긴장되는 길이었다.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코 앞이지만 코 앞이 아닌... 엄청 멋진 길!

백운대에서 만난 애기. 그나마 츄르 하나 남아있어서 주었더니 츄르는 받아먹었는데... 사료는 못 씹어 먹더라. 몸집이 주먹만하던 녀석이 올 겨울을 잘 지내고 봄을 맞이하면 좋겠다. 숲 생태계에 위협인가? (딜레마) 하산길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보니 숲 생태계에 가장 큰 위협은 인간인 것 같은데... 이제까지 다녔던 산 중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수거했다.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분들을 만났는데... 저렇게 정기적으로 정리를 하는데도 이 정도라고? 유기견과 들고양이의 생존보다 인간이 더 큰 문제다. 

이런 저런 행사가 끝나는 주말. 북한산에 다시 갈 계획이다. 산이 너무 멋지기도 하지만 이 날 만났던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새벽에 더 일찍 움직여야 주차도 하고, 아이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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