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감악산 (2022.12.04.)

쫌~ 2022. 12. 18. 21:14

출렁다리 - 법륜사(깜짝 놀랄만큼 귀여운 녀석들이 있으니 꼭 들러야 함.) - 정상 - 임꺽정봉 - 장군봉 - 계곡길 - 주차장

본격 원정(?) 등산. 나름의 원정. 서울 근교만 다니다가 용기내서 조금 멀리 움직여봤다. 
출렁다리 제1주차장(2,000원/1일)에 주차하고 화장실 바로 옆에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쭉 따라 올라가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두 코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법륜사 방향으로 올라갔다가 하산은 계곡길로 하였다. 
데크길이지만 시작하자마자 나름 가파른 경사의 대단히 많은 계단을 올라야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절대 아님!!)  

출렁다리는 정말 출렁거린다. 바람까지 불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올 듯. 다 건너고 나서도 몸이 아래 위로 둥실 둥실 움직이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갈래길. 하산할 때, 계곡길로 내려오려고 법륜사 방향으로...  폭포도 구경하고... 길이 정말 잘 되어있다. 

절에 도착하자 만나게 된 세상 귀여운 존재들!!
한 마리가 볕을 쬐며 태연하게 앉아 있어서 절에서 밥 얻어먹고 사는 애기구나 하면서 다가가니... 여기저기서 순식간에 비슷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다 똑같이 생겼는데... 이 곳이 홈그라운드임을 보여주는 당당한 행동!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게 이곳 저곳에 사료와 간식을 놔주는데...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절까지는 나무 데크 길이 쭈욱 이어져 있고, 절에서부터 산길 초입까지 임도가 잘 되어 있다. 산길에 접어들면서 돌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미끄럽기도 하고 어중간한 크기의 돌길은 재미도 있지만 힘들기도 하다. 하산길로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 등산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때가 있다. 방금 전까지 왁자 왁자 밀려 밀려 가고 있었는데... 시선이 닿는 사방 공간에 딱 우리 일행만 남아있는 순간. 이런 타이밍이 참 신기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경험하는 타이밍이라면 더 신기할 듯.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자 든 생각이... 와!! 정말 등산이다. 산이다. 등산로가 없는 것은 아닌데... 등산로라고 하기에는 뭔가... 정말 산길. 너무 좋았다. 인위적인 느낌이 적은... 이 길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위를 향해 가면 된다. 

겨울산의 모습과 가을산의 모습을 동시에 보며 걸을 수 있었다. 장갑을 착용했음에도 손이 많이 시려웠다. 이런 상황에도 등판은 땀이 쫄쫄나서... ㅡㅡ 오늘과 같은 추운 날씨에 땀범벅이면 난리날 것 같아서 새로 장만한 속옷(?)이 너무나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주었다. 큰일날 뻔. 만족스러운 소비.

정상에서 임꺽정봉을 가는 길. 아직 정비를 하는 중이던데 이제까지 갔던 산 중에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안전시설이 적절한 위치에 있어 안심도 되고 공사(?) 중인데도 어지럽지 않고 정돈도 잘 되어 있었다. 정상은 파주시 관할인데 임꺽정봉과 장군봉은 양주시 관할인 듯. 

계곡길로 하산. 길인지 아닌지 등산객들이 없었다면 엄청 해맸을 듯. 그래도 올라갈 때처럼 계속 내려가면 되지 않았을까?
계곡길로 하산하다가 만난 중년의 부부. 내려오면서 고양이 한 녀석 못 봤냐고 물어보셔서... 내려오면서 못봤다고 했더니 매일 매일 그 녀석 밥을 챙겨주기 위해 산에 오른다고 하셨다. 물과 밥을 채워주시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다. 오르고 내리며 절을 제외하고는 고양이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한 녀석이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녀석을 보살피러 매일 산을 오르내린다는 노부부의 이야기에 마음 한 가득 따스해졌다. 북한산에서 들고양이와 유기견(딱 봐도 유기견이다. 품종견인데 들개는 아니지 않겠는가?) 밥을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있다. 소형 야생동물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현수막이었다. 마냥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기도 어려운 문제이다. 도토리 줍는 인간들과 산에 지가 마신 빈 술병 버리고 가는 인간이나 음식물은 괜찮다며 숲에 던져 버리는 인간들 먼저 좀 개도하는 것에 더 힘을 싣고 싶다. 그게 소형 야생 동물의 생존에 더 위협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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