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곳

덕유산(2023.01.12)

쫌~ 2023. 1. 22. 20:19

새벽 4시 출발 예정이어서 전날 미리 입고 갈 옷을 다 꺼내두었는데... 와 기가 막히게 새로 꺼낸 울양말을 찾아서 양말목을 갉아놨다. 쥐야? 너 쥐야? 쥐였던 거야?? 저 양말이 이 날의 내 모습을 대변하고 있음을 이때는 몰랐다. 정말 너덜너덜

범인이 누구인지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입구(?)까지도 꽤나 걸어야했다. 제일 가까운 주차장이 정말 여기야? 를 10번은 물어본 듯...
향적봉 2코스. 어사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른 계절에도 걷고 싶은 길이었다. 


탐방경로 (약 9km)
구천동 주차장 - 구천동 탐방 지원 센터 - (구천동 어사길) - 백련사 - 향적봉 - 설천봉 - 무주 리조트 곤돌라로 하산!!!

워치가 불안했었는데... 주차장에 도착해서 배터리 확인하려고 워치를 봤더니 무슨 이유인지 알수없지만 죽었다. 0프로... 결국 폰으로 측정했는데 속도가 조금만 떨어져도(workout pause)를 외치던 제인때문에 깊은 빡침이 있었다. 아니 내복때문에 이게 최고 속도라고!!!

 


 

 

백련사까지는 경사도도 높지 않고 계곡을 끼고 걷는 산책길 같아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문제는 백련사에서부터 향적봉까지의 2.5km이다. 아니 가장 큰 문제는 내복이었다.
날이 춥다고... 겨울이라고... 이 날 정말 더웠다. 기상청을 믿지 못하고 편협한 사고에 갇혀서 내복을 껴입었는데... 심지어 신축성도 없는 내복 하의를 2개나 껴입고 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했다는 것이다.
관절이 있는 부분마다 뭔가를 껴입어서 움직임을 무척이나 어렵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아니 왜 중간에 벗어던지지 않고 끝까지 다 입고 올랐을까? 내 내복이 계획에서 늘어난 시간의 모든 부분을 담당했다.

이렇게 걸었는데 겨우 500m 걸었다고?라는 이야기를 이정표가 나올 때마다 하게 될 것이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저 빼꼼하게 조금 드러난 부분은 가이드라인 지지대이다. 덕분에 계단을 걸을 일이 별로 없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내복 2장을 입고 다리가 잘 구부러지지도 않는데 계단이었다면 눈물 줄줄 흘리며 올랐을 텐데... 너무 다행.

기대했던 상고대. 눈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따스한 날씨에 산행할 수 있어 감사했고 이렇게 멋진 산세를 볼 수 있어서 아쉬움은 저 멀리 던짐.
고관절이 너무 아팠다. 한 다리 한 다리 손으로 잡아끌고 올라가며, 곤돌라만 아니었다면 100m만 가면 정상이라고 해도 가뿐하게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곤돌라를 타겠다는 일념으로... 그 마음으로 그냥 내복을 벗어던졌어야 했다.

ㅋㅋㅋㅋ 다리를 구부릴 수 없기에 앉을 수 없었는데... 이를 악물고 앉았다. 앉아서도 관절 부위를 접을 수가 없었다. 사진으로 보니 너무 웃기네. 내복은 하나만 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