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산행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 내복은 2개 입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가벼운 산책 코스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아니 막 블로그에 구두 신고(물론 겨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찍은 사진들 보니... 저런 구두를 신고 걸을 수 있는 정도면... 가볍게 다녀오자.라고 생각했는데... 세상 큰 오류를 기본으로 깔고 준비를 한 것이었다.
추우니까 그래도 내복은 하나 입고, 살살 걷는 것이니 땀도 안 날 테고(세상 멍충이!) 너무 춥겠지라며 두꺼운 패딩에 따스하고 폭닥한 옷들을 여러 겹 겹쳐 입고... 그래도 안전해야지라며 아이젠을 챙겼다. 심지어 배낭은 집에 모셔두고 일부러 숄더백(한 2년은 안 꺼냈던)을 꺼내서 추울지도 모르니 따스한 커피를 챙길끼라고 텀블러에 새벽부터 커피 내려 담고... 카메라도 챙겨볼까라며 배터리도 여분을 챙기고... 주차장에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살짝 뭔가 잘못 챙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내 이거 산행이다. 크게 잘못되었다.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었고, 월화는 이곳이 휴무일이었던지라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곳으로 따라갔지만 그래도 눈이 제법 쌓여서 걷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힘들어도 하늘이 너무 맑고 파래서 눈이 즐겁고 좋았지만 어깨에 걸려있는 가방이 불편하긴 매한가지였으며 두꺼운 패딩과 잔뜩 껴입은 옷들로 인해 땀이 제법 나기 시작하자 등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땀쟁이면서... 아니지 왜 이곳을 가벼운 산책로라고 단정했던 것이냐!!! 다 누군가의 블로그에 있던 자작나무 숲에서 찍은 힐 신은 사진 한 장이 이 오류의 시작이다. 근데 정말 그 여자분은 대단하네. 그 신을 신고 이 길을 걸었다고?
결국 가방은 중간에 이정표에 맡겨두었다. 잠시 뒤에 내려오면서 챙겨갈게. 넌 거기 있으렴. 잘 닦여진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중간에 샛길(?)이 나와서 좀 주춤주춤하고 있었다. 방향은 이길이나 저길이나 다 같아 보였지만 이제 산에서는 직감을 믿지 않는다. 누가봐도 등산로라고 생각되는 길로 가면 된다는데 내 눈과 뇌는 좀 이상하더라. 몇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제는 날 믿지 않고 꼭 묻는다. 큰 길이 아닌 작은 길로 걸어가며 나무와 해와 눈과 바람이 어우러진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보았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작은 길로 들어오길 잘했다. 바람이 불때 나무에 쌓여있던 눈들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요정가루가 흩뿌려지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걷자 자작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하얀 수피와 하얀 눈, 파아란 하늘이 너무 잘 어울렸다.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걸으면서 빨강머리 앤이 떠올랐다. 초록지붕 집과 앤, 다이애나... ㅋㅋㅋ 첫 자극이 이렇게 중요하다. 자작나무를 처음 접했던 것이 어려서 보았던 책이었는데 이제 자작나무를 보면 그 책이 떠오른다.
이 날의 백미는 단연코
송희식당.
황태구이의 고소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저 양념. 꼬리의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단단(딱딱 놉!!)한 부분이 단 한 부분도 없는 황태구이.
그리고 뽀오얀 저 황태국. 세상 고소하고 잔가시조차 용납하지 않는 황태살... 반찬도 자극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 식당을 가기 위해서 근처에 또 가볼만한 관광지가 있는지 찾을정도였다.
+) 카메라에 있는 사진은 아직 옮기지도 않음. 모든 일에 부지런함이 기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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